중국과 분쟁 중인 미국이 EU를 상대로도 무역갈등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따른 식품물가 상승압력이 증대됐고, 일본은 고용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12일 한국은행 '해외경제 포커스 제2019-18호'에 따르면 미국과 EU가 최근 들어 상대방 수출품에 관세부과를 선언하며 무역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해 7월 무역협상 개시 때 양측이 합의한 협상기간 중 추가관세 부과 유예가 무색한 양상이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EU의 에어버스 보조금 지급에 따른 피해규모 약 110억달러 상당의 추가관세 예비품목을 지난달 8일 발표했다. EU도 9일 뒤 2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를 천명했다. 미국은 다시 이달 중순쯤 EU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를 겨냥한 관세부과 검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양측이 무역협상 협상력 강화 차원에서 벌이는 사전작업으로, 협상 진행기간 양자 갈등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한국은행은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EU 회원국간 일부 현안에 입장차이가 드러나면서 미·EU 무역협상이 장기간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무역협상 대상에 농산품을 포함하자는 미국의 요구에 프랑스와 벨기에 등은 적극 반대하고 있다. 반면 독일은 타협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의 영향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최근 2~3개월간 급등해 식품물가 상승 압력이 증대됐다. 중국의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3월 들어 상승세 전환된 뒤 이달 7일 현재 전년동기 대비 29.3%나 올랐다. 2016년 사료가격·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급부족 이후 최고수준이다.
ASF가 조기 진정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국은행은 예상했다. 중국은 2007년에도 돼지 청이병(靑耳病) 발병 후 돼지고기 가격이 80%수준까지 급등해, 전체 소비자물가도 7~8%의 오름세 기록한 바 있다.
중국은 돼지고기 선호도가 높아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직·간접경로를 통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골드만삭스 등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물가지수 구성 항목 중 돼지고기 비중은 2.5%, 식품 비중은 20%로 추정된다.
한편 일본은 고용호조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기준 취업자수는 전년동월대비 1.0%(65만명) 증가해 최근 10년 평균증가율 0.4%를 상회했다. 실업률은 소폭 상승(2월 2.3%→3월 2.5%)했으나, 1분기 실업률로는 2.4%로 1993년 2분기(2.4%)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내수경기가 완만한 회복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여성과 65세 이상 고령층의 고용시장 진입이 증가한 데 주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