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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만 파괴한다고 모두 카카오처럼 되는 건 아니다

기업/산업

    호칭만 파괴한다고 모두 카카오처럼 되는 건 아니다

    수직적 문화두고 호칭만 파괴하면 과거제도로 돌아가기도

    부장과 과장 등 직급을 없애고 이런 호칭 대신 서로를 '님'이나 '매니저' 등으로 부르는 '직급.호칭파괴' 제도가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통해 효율성과 창의성을 높이겠다는 목적이지만 상명하복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 없이 직급‧호칭만 없앨 경우 오히려 조직 효율성이 저하되며 과거로 회귀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주52시간 도입과 효율성 향상 취지로 도입된 '유연근무제'도 면밀한 준비없이 도입될 경우 오히려 업무효율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 호칭파괴 기업 25% "실효성 낮다"…정착되면 업무효율 높여

    IT업계 등을 중심으로 직급‧호칭파괴가 시작된 뒤 현재는 적지 않은 기업들이 호칭 파괴와 직급 간소화를 진행하고 있다.

    CJ그룹은 2000년 대기업 중 처음으로 모든 직원이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부르고 있다. 공식 석상에서 이재현 회장을 부를 때도 '이재현님'이다. 아모레퍼시픽(2002년~), 네이버(2014년~), 한국타이어(2019년 4월~)도 호칭파괴 흐름에 올라탔다.

    직급 간소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2006년부터 직위를 2단계(팀장.매니저)로 단순화했고, 제일기획은 2010년 직급을 3단계(C1~C3)로 간소화하고 사내 호칭도 '프로'로 통일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2017년 직급을 각각 4단계(CL1~CL4), 3단계(사원‧선임‧책임)으로 간소화했다.

    기업들이 직급 간소화 및 직급.호칭 파괴에 나선 것은 보고체계를 간소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로 구성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자료=사람인 제공)

     

    하지만 이런 조직제도개선이 모두 도입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아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의 설문조사 결과 '호칭파괴 제도' 도입을 한 기업은 11.6%(2018년 5월 기준)에 불과했고 도입을 하지 않거나, 도입을 했다가 다시 직급 체계로 회귀한 기업은 88.3%였다. 호칭파괴 제도 운영기업(112개사)의 25%는 제도 실효성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KT는 2009년부터 5년간 직급 대신 '매니저'라는 호칭을 사용했지만, 2014년 기존 체제로 돌아갔다. 포스코는 2011년 '매니저' 호칭을 도입했다 2017년 2월 우리말 호칭으로 되돌렸다. 호칭을 바꾸어도 수직적인 문화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외부 고객사와 업무 과정에서 혼란을 빚은 것도 과거회귀의 이유로 꼽혔다.

    '카카오'는 전면적인 호칭파괴로 업무 효율을 높이고 구성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을 촉진하고 있는 좋은 사례로 꼽힌다. 카카오는 설립 초기 및 '다음'과 합병 이후에도 '영어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직원들은 여민수‧조수용 대표와 김범수 의장을 공석에서도 각각 '메이슨'과 '션', '브라이언'으로 부른다.

    다른 기업에서 일하다 카카오로 자리를 옮긴 한 임원은 "직원들이 대표를 '션'이라고 부르는 모습에 처음에는 적지 않게 놀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다른 조직과 비교해 구성원들이 연차나 직급 등의 제약없이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더 많이 공유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탑다운(Top-dowm)방식의 업무처리와 비교하면 의사결정 과정에 (절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많은 구성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했기 때문에 어떤 결정이 내려진 후에는 더 큰 추진력을 얻어 업무가 진행되고, 결국은 더 빠르고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 '바꾸는 근무시간 승인 필요'선택적 근로시간제부터 완전 선택적 근무시간제까지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유연근무제도 구성원들의 유연성과 창의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되고 있는 제도다. 특히 주 52시간 도입 후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방법으로 정부가 권하고 있기도 하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부터 완전 선택적 근무시간제를 도입했다. 구성원은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고, 수시로 근로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카카오는 제도 시행 전 3개월 동안 노사 모두가 참여한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 및 다양한 근무 제도를 시범 적용했고 현재 전 직원이 완전 선택적 시간근무제로 일하고 있다.

    SKT는 지난해 4월 전 구성원들 대상으로 2주 단위 선택적 근로시간제(80시간 이내)를 도입했고, 올해 3월부터는 일부 팀이 4주 단위 선택적 근로시간제(160시간 이내)을 도입했다. 각각 2주, 4주 단위로 자율적으로 업무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근무하는 것이다. 다만 평일연장근무와 주말근무는 사후승인이 필요하다.

    네이버도 지난해 7월부터 1주 단위로 선택적 근로시간제(52시간 이내)를 운영하고 있다. 일일 최장 근무시간 제한이나 집중 근무시간 등은 없고 퇴직금 지급을 위한 최소 요건인 주 평균 15시간 근무만 강제한다. 다만 1일 1출근이 원칙이고 평일 야간과 주말 근무는 부서장의 사후승인이 필요하다.

    ◇ 선택적 근로시간제 도입했더라도 '무늬만 제도'에 그치기도

    한 대기업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이모(36)씨는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평일 야간근무나 주말 근무는 업무상 필요해서 하더라도 부서장의 사전승인을 받지 못했다면 수당을 받지 못한다"며 "말로만 선택적 근무제를 도입하지 말고 제도의 취지에 맞게 운영해야한다"고 밝혔다.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높이고 그에 따른 효율성 향상이라는 목적을 위해 도입되는 호칭파괴 및 직급간소화와 유연근무제도가 제도도입이 그쳐선 안 되고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 특히 임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반기업에서 IT기업으로 이직한 김모(40)씨는 "호칭만 '님', '매니저'로 부르면서 태도는 여전히 고압적인 부서장들을 보면서 직원들끼리 '직급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서 직급을 간소화하고 호칭을 바꾼 것이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상대적으로 자율성이 높은 기업으로 이직하면서 제도 자체도 중요하지만 제도 도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임원들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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