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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행군', 흑백과 컬러 화면 번갈아 나오는 까닭



영화

    '두 번째 행군', 흑백과 컬러 화면 번갈아 나오는 까닭

    [반짝반짝전 현장] 나바루 감독의 '두 번째 행군' GV
    "영화는 첫 관객을 만나기 전까지는 흑백인 것 같아"
    "관객 만나면 다시 태어나는 기분"
    가장 좋아하는 장면 "'바보들의 행군' 보는 뒷모습"

    광주독립영화관 GIFT-대구 오오극장-서울 아리랑시네센터-서울 인디스페이스에서 미개봉작 중 우수 작품 24편을 상영하는 '독립영화 반짝반짝전'이 5월 9일부터 6월 5일까지 열린다. 광주~대구~서울 세 지역의 독립영화 전용관들이 한국 독립영화가 얼마나 다채롭게 빛나는지 확인할 자리를 만든 것이다. CBS노컷뉴스는 '독립영화 반짝반짝전' 상영작 GV(관객과의 대화) 현장을 찾아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전하는 '반짝반짝전 현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2017년 제작된 나바루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두 번째 행군'

     

    다큐멘터리 '두 번째 행군'(감독 나바루)은 구성이 독특하다. 첫 번째 다큐 '바보들의 행군'이 모든 영화제에서 떨어지게 돼서 관객을 만날 수 없던 나바루 감독이 직접 관객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 펼쳐진다.

    그래서 '두 번째 행군' 안에 종종 등장하는 '바보들의 행군'이 등장하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작품을 출품하고 좌절하고 극장 개봉이 아닌 새로운 배급 방식을 고민하는 것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두 번째 행군'은 아마도 '바보들의 행군'이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디스페이스에서 '독립영화 반짝반짝전' 개막작 '두 번째 행군'의 GV(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배주연 프로그래머가 사회를 본 이 자리에는 연출자인 나바루 감독과 촬영자이자 출연자인 지인 조이예환-선호빈 감독이 함께했다.

    나 감독은 "사실 영화를 시작한 이유가 극장에서 내가 만든 영화를 보는 기분은 어떤 걸까, 하는 순진하고 어린애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 감독의 첫 번째 장편 다큐 '바보들의 행진'은 각종 영화제에 선정되지 못해 극장에 걸릴 기회를 찾기 힘들었다. 나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관객들을 만날 다른 방법을 고민했고, 뜻을 같이한 동료들과 '다큐유랑' 활동을 했다. 배급사 없이 연출자들이 주체적으로 배급에 나서는 방식이었다.

    나 감독은 "극장 상연하는 게 기분이 더 좋을 줄 알았는데, '다큐유랑' 첫 번째 상영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를 누군가한테 보여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구나 싶더라"라며 "그때 우리가 열심히 해서 생각한 것 이상으로 사람도 적지 않게 왔고, 되게 가치 있었던 일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나 감독은 "'다큐유랑' 활동하면서 좋았던 기억도 있지만, 영화 보여주는 행위 자체에 스스로 상처받는 것도 있더라. 그런 피곤들이 누적됐다, 좋은 것도 있지만. 두 번째 영화로는 사실 활동 안 했다. '어차피 또 떨어지겠지' 해서"라고 밝혔다.

    그는 "감독 스스로 배급 포기하고, 그렇게 생각해도 신기하게 영화의 쓰임새가 있더라. '반짝반짝전'에서 제의가 왔을 때 '이 영화를 왜?'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다른 영화제에서 더 주목받은 영화들에게 이런 기회가 오기 마련인데, 제안이 오니까 좀 신기했다. 영화를 보니 신기하게도 이 기획전 취지에는 잘 맞는 영화더라"라고 부연했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디스페이스에서 '독립영화 반짝반짝전' 개막작 '두 번째 행군' 관객과의 대화가 열렸다. 왼쪽부터 배주연 프로그래머, 나바루 감독, 조이예환 감독, 선호빈 감독 (사진=김수정 기자)

     

    이날 GV에 온 한 관객은 '두 번째 행군'에서 흑백과 컬러 화면을 모두 쓴 이유에 관해 물었다. 이에 나 감독은 "사실 처음엔 2015년이 흑백, 2016년이 컬러 이랬다. 흑백으로 한 이유는, 단순하게 접근했다. 그냥 영화는 첫 관객을 만나기 전까지는 흑백인 것 같다"면서 "세상이 흑백같이 보이고 콘크리트 안에 갇혀있는 것 같았다"고 답했다.

    이어, "수가 적을 수 있어도 관객들을 만나게 되니까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더라. 전보다는 세상이 달라 보이는 것 같고, 컬러인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 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행군'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묻자, 나 감독은 "좋아하는 것도 많고 사실 싫어하는 것도 많다"면서 '바보들의 행군'을 보는 뒷모습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싫어하는 건 '바보들의 행군'에 출연하는 친구들과 대화 나누는 장면이라고.

    '무엇을 찍을지'를 어떻게 정하는지 질문하자, 나 감독은 "어떤 계획을 세워서 한다기보다는, 단순무식할 수도 있지만 몸에 있는 세포가 반응하는 것 같다. 아무리 하기 싫다고 하더라도 시작하게 된다"고 답했다.

    현재 나 감독은 자신이 오랫동안 산 안양을 촬영하고 있다. 극영화 진출도 꿈꾸고 있어서 한 달 전 3분짜리 영화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이날 GV에 오기 전에도 평소에 써 보고 싶은 카메라를 만지고 왔다고 전했다.

    나 감독은 "독립영화가 힘든 건 (제 영화뿐 아니라) 다른 영화도 마찬가지고, 사실 뭐 그러든지 말든지 저는 어쨌든 극장이 없어져도 영화는 만들면 될 것 같다. 보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이라고 밝혔다.

    이어, "독립영화/상업영화라는 구분도 그렇다. 그냥 영화가 좋아서 만드는 거다. '독립영화 반짝반짝전'을 통해 저한테 이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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