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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어선의 진화…야간에 시속 90km 고속보트 '게릴라' 조업

사회 일반

    中어선의 진화…야간에 시속 90km 고속보트 '게릴라' 조업

    "NLL 선상 불법조업 中어선들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많아"
    서해 안마당까지 넘보는 中어선…"싹쓸이식 조업에 먹이사슬 파괴 우려"

    고속엔진 4개 장착한 고속보트용 중국어선 (사진제공=중부지방해양경찰청)

     

    '무월광'(無月光), 달빛 하나 없는 밤 11시. 작전 개시다. 상대는 최대 속력 50노트(kn), 자동차로 치면 시속 90km로 달리는 고속 모터보트다.

    연평도 동쪽 6~7해리 지점, 레이더에는 4개의 점이 찍혔다. 우리 영해를 침범한 중국 어선들이다. 고속 단속정이 투입됐지만, 먼저 알아채고 도주한 그들을 따라잡기란 쉽지 않다.

    네 대 중 세 대가 달아났지만, 레이더 화면상 한 대 멈춰 선 것으로 표시됐다. 이 보트는 바닷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사주(沙洲)를 발견하지 못하고 걸렸던 것이다.

    중국 선원들은 보트를 버리고 사주 위를 걸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언제 바닷물이 다시 차오를 지도 모르는 상황. 어둠속에서 자칫 갯골에 빠지기라도 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결국 위험을 느낀 선원 4명은 멀리 가지 못하고 순순히 체포됐다. 문제는 선장이었다. 자정이 지나자 예상대로 물이 불기 시작했다. 해경은 대원들뿐만 아니라 선장도 위험해 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추적을 중단했다. 대신 선장이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신호포를 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별 수 없이 보트로 돌아온 선장은 그러고도 물에 잠긴 채 2시간을 더 버틴 뒤에야 해경의 포승줄을 받았다. 작전은 개시 4시간 만인 새벽 3시, 상황은 종료됐다. 지난 7일의 일이다.

    최정민 서해5도 특별경비단 경비작전계장은 "대원들도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손전등 불빛에만 의지해 작전을 수행해야 했던 위험한 상황이었다"며 "고속으로 쫓고 쫓기는 과정에 자기도 모르게 위험한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평도 동북단 NLL 선상에 포진하고 있는 중국어선들. (사진제공=인천해양도서연구소)

     

    ◇ "NLL 선상 불법조업 中어선들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많아"

    서해 북단 연평도 어장의 봄 어기(4∼6월) 꽃게잡이 철이 시작되면서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는 우리 해경과 중국어선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단속이 어려운 야간을 틈타 고속엔진을 서너 개까지 장착한 고속 모터보트를 이용한 이른바 '게릴라식' 불법 조업을 하고 있어 해경의 나포 작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일 중부지방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인천시 옹진군 연평어장의 봄 어기 꽃게 조업이 시작된 지난달 서해 NLL 인근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한 중국어선은 하루 평균 58척으로 파악됐다.

    금어기인 1∼2월 하루 평균 10척 정도였던 중국어선은 3월부터 30여척으로 늘더니 본격적인 조업 철인 이달 들어서는 88척까지 증가했다.

    특히 꽃게 어장이 있는 연평도 인근 해상에 중국어선이 몰려 이달에만 매일 50척 가까이 불법 조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연평도 어민은 "지난해보다 (중국어선이) 많아졌다. 조그만 배들이 엄청 빨라서 해경들이 잡지 못하는 거 같다"며 "연평도 동북단과 북한 석도 사이 NLL 선상에는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어선이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로 많이 떠 있다"고 말했다.

    해경에 나포된 불법 중국어선 (사진제공=중부지방해양경찰청)

     

    ◇ 서해 안마당까지 넘보는 中어선…"싹쓸이식 조업에 먹이사슬 파괴 우려"

    중국어선들은 소형 모터보트를 이용해 서해 5도 가운데 우리 본토와 가장 가까운 우도(隅島)까지 진출하고 있다.

    연평도 동쪽에 위치한 우도 인근은 군사지역으로 우리 어민들은 접근할 수 없다. 또 우도 주변은 수심이 얕아 어선들의 조업이 까다롭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어선들은 이점을 이용해 최근 소형 고속 모터보트를 보내 불법 조업을 하고 있다.

    중국어선들이 우리 서해 안마당까지 넘나들고 있는 셈이다.

    최 경비작전계장은 "식량과 생필품을 공급하는 모(母)선들은 NLL 선상에 떠 있고, 고속보트 형태의 자(子)선 1∼2척을 남쪽으로 보내 불법 조업을 하고 있다"며 "고속보트를 개조해 엔진을 4개까지 장착하면 50노트(시속 92㎞)까지 속도를 낼 수 있어 나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 불법조업 중 해경에 나포된 고속보트 형태의 중국어선 2척은 엔진 과부하로 멈춰 서면서 덜미를 잡혔거나 보트가 사주에 얹혀 나포된 게 전부다.

    서해5도 특별경비단은 우도까지 진출한 중국어선들을 막기 위해 연평도 동방 3~4해리 지점까지 전진해 500t급 중형 경비함정 3척을 배치한 상태다.

    서해 5도 전문가들은 중국어선들의 우도 인근 해역에서의 불법 조업이 서해 전체의 어류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현근 인천해양도서연구소 정책위원장은 "우도는 예성강과 임진강, 한강에서 나오는 민물이 합쳐지는 지역으로 수심이 낮고 모래톱이 발달한 지역"이라며 "플랑크톤이 풍부해 새우나 바지락 같은 어족 자원이 많은데 중국어선들이 저인망식으로 싹쓸이하면 먹이사슬이 파괴돼 서해 어족자원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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