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특별기자회견에서 김용장 전 미 정보부대 군사정보관과 허장환 전 보안사 특명부장(우측에서 세번째 네번째)이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발포 당일 광주를 방문해 시민군에 대한 사살명령을 내렸다는 주장이 13일 나왔다.
주한미군 정보요원 출신인 김용장씨는 이날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이 1980년 5월 21일 K57(제1전투비행단·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동 소재) 비행장에 와서 정호용 특전사령관, 이재우 505보안대장 등 74명과 회의한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두환의 방문 목적은 사살 명령이었다고 생각된다. 당시 회의에서 사살 명령이 전달됐다고 하는 것이 제 합리적인 추정"이라며 "헬기를 타고 왔기 때문에 비행계획서를 파기하지 않았다면 자료가 남아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엄군은 1980년 5월 21일 정오쯤 전남대학교와 전남도청 앞에 있던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 김씨의 주장대로 전씨가 시위대를 향한 발포 당일 직접 광주를 찾은 만큼 '사살명령'이 이뤄졌고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특별기자회견에서 김용장 전 미 정보부대 군사정보관과 허장환 전 보안사 특명부장(우측부터)이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김씨는 당시 광주에 주둔했던 주한미군 501여단에서 근무했던 유일한 한국인 정보요원으로,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첩보 40여건은 미국 국방성에 보고됐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첩보를 작성했다고 했다. 김씨에 따르면, 이중 5건이 백악관에 보고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3건을 직접 읽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전일빌딩 헬기 사격과 관련한 주장도 나왔다. 전일빌딩은 집단 발포 뒤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헬기사격과 관련한 첩보도 미국 국무성에 올렸다는 김씨는 "5월 20일 낮에 도청 주변에서 UH1H 소형 헬기에서 기관총 사격을 했다고 보고했다"고 했다.
5·18 민주화운동 때 505보안부대 수사관으로 일하며 계엄군 시나리오를 짰다는 허장환씨도 김씨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특별기자회견에서 (좌측부터)허장환 전 보안사 특명부장과 김용장 전 미 정보부대 군사정보관이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허씨는 "(시민군이 있는) 도청을 은밀하게 진압하러 가는 과정에서 건물에 저격병이 있다는 첩보를 듣고, 헬기로 그 저격병을 저격하는 작전을 구상했다"며 "'호버링 스탠스'(hovering stance·헬기가 한 자리에 멈춰 비행하는 것)에서 사격했다"고 말했다.
앞서 광주시 의뢰로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총탄 흔적 분석보고서를 낸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전일빌딩 주변, 특히 전일방송 전면에 10층 이상 건물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현실적으로 헬기와 같은 비행체에서 발사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헬기가 호버링 상태에서 고도만 상하로 변화하면서 사격한 상황이 유력하게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또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과 극우 논객 지만원씨 등이 제기한 이른바 '북한군 600명 침투설'에 대해서도 "북한군의 광주 침투 보고는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할 필요도 없고 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극우 논객들은 북한군 600명이 잠수함을 타고 강릉으로 와 태백산과 지리산을 넘어 전라도 광주에 침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600명의 북한 특수군이 광주에 왔다는 주장은 미 정보망이 완전히 뚫렸다는 얘기인데, 당시 한반도에서는 두 대의 위상이 북한과 광주를 집중 정찰하고 있었다"며 "600명이 침투하려면 잠수정 30정이 필요한데, 당시 북한엔 그렇게 많은 잠수정이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