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 오신환 의원. (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김성식 의원(재선‧서울 관악갑)과 오신환 의원(재선‧서울 관악을) 간 양자대결로 확정됐다.
표면적으로 보면 다수파인 국민의당계 출신 김 의원이 바른정당계 오 의원 보다 유리한 구도다. 하지만 김관영 원내대표 사퇴 의원총회에 서명한 국민의당계 의원들(7명)이 캐스팅보터로 자리잡고 있어 결과는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선거에는 손학규 퇴진으로 뭉친 '안철수-유승민' 연합의 운명도 달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안철수계가 오 의원에게 표를 던진다면 연합은 유지되고, '안-유' 체제 등판도 앞당겨질 수 있다. 하지만 이탈표가 생긴다면 동맹은 와해될 여지가 생긴다.
◇ 김성식 vs 오신환 경선 확정…'안철수-유승민' 등판 입장차오 의원(기호 1번)과 김 의원(기호 2번)은 1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원내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 애초 출마결심을 굳힌 김 의원 합의추대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막판 오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오는 15일 의원총회에서 경선을 치르게 됐다.
국민의당계이자 당권파 후보로도 불리는 김 의원은 "당권파 후보도, 비당권파 후보도 아니다"라며 당권파와 선을 그었다. 또 당 혁신위원회 설치를 제안하며 손학규 대표 퇴진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사보임은 원상복구 하겠다고 공언했다.
바른정당계 오신환 의원은 현 지도부를 '세월호 선장'으로 비유하는 등 강도높게 비판하며 "당선되는 즉시 의사를 결집해 퇴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사보임은 당사자답게 원상복구 하겠다고 했다.
두 후보의 공통점은 사보임 원상복구와 지도부 거취다. 둘다 모든 계파를 아우르는 '초(超)계파'를 강조했다는 점도 비슷한 점이다.
차이점은 지도부 퇴진 강도다. 김 의원은 혁신위를 통한 '논의'에, 오 의원은 의원들의 의사를 결집한 '즉시'에 방점을 찍으며 강도를 달리 했다.
김 의원의 경우 당권파와 호남계의 집토끼를 지키면서도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국민의당계 '중도파'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바른정당계 주자인 오 의원의 경우 지도부 퇴진에 있어 선명성을 강조하며 중도파를 공략하는 모양새다.
두 후보의 또다른 차이는 '안철수-유승민' 등판이다. 김 의원은 출마선언 후 기자들과 만나 "협의와 스케줄 고민을 챙겨가면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반면, 오 의원은 "창당주역인 안철수·유승민의 힘을 모아서 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하면 김 의원의 경우 내년 총선에서 '안-유' 체제로 임하는 것에 가능성을 열면서도, 질서 있는 과정을 전제로 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오 의원은 현 지도부의 즉각 퇴진에 이어 '안-유' 체제의 등판을 통해 내년 총선을 치르자고 명확히 한 것이다.
◇ 안철수-유승민 연합 시험대…이탈표 생기면 '오월동주' 깨져
(사진=자료사진)
이번 선거가 '안-유' 연합의 시험대가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창당주주지만 기존에 노선갈등을 반복했던 두 계파는 지난 4‧3 보궐선거에서 5% 이하의 득표율로 참패하자 '손학규 퇴진'으로 공동전선을 이뤘다.
이후 패스트트랙 찬반과 김 원내대표 사보임 논란을 거치면서 동맹은 더욱 견고해졌다. 사보임에 반발한 국민의당계 의원(7명)들이 김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총회 소집요구서에 서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7명의 구성은 대표적인 캐스팅보터로 꼽히는 'L4'(여성(Lady) 의원 4명) 권은희‧김삼화‧신용현‧김수민 의원과 이태규·이동섭·김중로 의원이다.
여기에 이태규·김수민·신용현·이동섭·김삼화 의원은 모두 안철수계다.
바른정당계 8명과 안철수계(5명), L4 권은희 의원, 김중로 의원 등 15명이 사실상 '연합군'인 셈이다.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 24명(당원권 정지 등 제외) 중 국민의당계는 16명으로 다수파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안-유 연합을 감안하면 국민의당계 9명, 연합군 15명으로 역전이 된다.
하지만 연합군이 모두 오 의원 지지로 결집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성식 의원이 사보임 원상복구와 지도부 거취를 논의하는 혁신위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심적으로 가까운 국민의당계 김 의원을 놔두고, 오 의원을 선택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안철수계 내에서도 손 대표 퇴진 방식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권은희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건이다.
안철수계는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 조만간 토론을 할 계획이다. 안철수계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안철수계는 모두 동일하게 한 후보를 지지하기로 합의했다"며 "다만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려 후보 지지에 대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일단 오는 14~15일 부재자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원내대표 선거가 급박하게 치뤄지는 것을 감안해서다. 부재자 투표는 정병국(바른정당계), 신용현 의원이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부재자 투표는 이후 현장 투표와 합산하기 때문에 국민의당계 연합군 7명의 표심은 추후 드러날 수밖에 없다.
만약 이탈표가 나온다면 내년 총선을 내다본 안-유 연합의 오월동주(吳越同舟)는 조기에 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민주평화당 신임 원내대표인 유성엽 의원이 언급한 '제3신당 창당'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성식 의원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면서도, 통합과 연관된 화합·자강 등을 강조하고 있다. 당내 호남계 의원들 역시 '통합'과 관련한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어 한표가 급한 후보들의 입장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