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버스 파업을 막기 위해 '광역버스 준공영제' 카드를 꺼내들면서, 앞으로 버스업계 손실 보전 등에 중앙정부 재원이 투입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요금 인상과 맞물려 국민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14일 내놓은 '국민교통복지 향상을 위한 버스 분야 발전방안'을 통해 광역버스(일명 '빨간버스')와 광역직행버스(M버스)에 대해 준공영체를 추진하는 한편, 광역버스는 국가사무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5년 서울시에서 처음 도입한 준공영제는 민간기업이 버스 운행을 하되, 재정 지원과 운영은 지방자치단체가 맡는 방식이다.
현재 광역버스 업무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령에 따라 인면허권이 지자체에 위임돼있는데, 이를 국토부 산하인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업무로 전환하겠다는 게 이번 대책 골자다.
국가사무로 전환될 M버스는 경기 26개, 인천 4개 등 30개 노선에 414대 규모다. 또 광역버스는 경기 176개, 인천 19개 등 248개 노선에 2547대가 운행중이다.
당국은 광역버스의 경우 지자체 협의와 관련 법령 개정 등을 거쳐 단계적으로 국가사무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이를 위해 한국교통연구원과 경기연구원이 공동으로 연구용역도 진행할 에정이다.
M버스는 허가권이 국토부에 있어 지금도 중앙정부 재정을 투입할 수 있다. 현행 교통시설특별회계에도 관련 계정이 있어, 새로 계정을 만들지 않아도 이르면 당장 내년부터 재정을 지출할 수 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교특회계에 도로·철도·항만·공항 계정 외에 '교통체계 관리계정'이 있는데 여기에 버스에 관한 조항이 나온다"며 "여러 지자체가 관련된 M버스를 포함해 광역교통을 이 계정을 통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영 차고지에 대한 지원 또는 오지와 벽지, 도서 지역에 대한 공영 버스 지원은 지방사업으로 이관하면서 지원을 못 하게 돼 있다"며 "이 분야에 대해 부분적으로 버스 공공성 차원에서 지원하려고 하면 관련 법령 변경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광역버스 관련 연구용역과 법령 정비, 이후 대도시권광역교통위의 실무 절차까지 고려하면 국가사무 전환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광역버스가 준공영제로 바뀔 때 정부가 부담하게 될 예산 규모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추진 시기와 예산 규모는 용역 결과와 제도 설계 방향에 따라 다르다"며 "현재로선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사회공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준공영제를 도입한 8개 지자체에서 지난해에만 1조 652억원의 보조금이 투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교통연구원 분석 결과 주52시간 근로에 준공영제 평균 월급을 전국적으로 적용하면 1조 3433억원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사회공공연구원 자료는 준공영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광역자치단체의 준공영제 도입시 연간 1조원가량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광역 및 일반 시내버스를 모두 포함해 추산한 것이어서 광역버스 준공영제 추진과는 크게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준공영제를 시행하지 않는 광역단체 10곳의 버스 대수가 2만 4천대에 이르는 반면, 광역버스는 10분의1 수준인 2500대가량이어서 소요되는 재정이 크게 줄어들 거란 얘기다.
여기에 경기도 등 몇몇 지자체의 버스요금을 올리기로 하면서 준공영제 추진 비용을 상당 부분 상쇄할 여지도 있다. 경기도는 9월경부터 시내버스는 현행 1250원에서 1450원으로, 광역버스는 2400원에서 2800원으로 각각 200원과 400원을 인상하기로 했다.
버스요금을 100원 인상할 경우 업계의 연간수입이 1250억원, 200원을 올리면 2500억원 많아지기 때문에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추가 채용 인건비의 상당수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제도 시행 적인 7월 전에 1천명, 올해 안에 2천명의 추가 채용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내년말까지 인건비 증가분은 3889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가사무 전환으로 지자체간 갈등 조정 및 광역교통 정책의 효과적인 추진이 가능하게 된다"며 "준공영제가 도입되면 버스 운행의 공공성이 확보되고 교통 편의도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요금 인상과 준공영제 확대로 국민 부담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요금이 낮고 인상할 시기도 도래했다"며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비용이어서 국민 모두가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 버스요금은 일본의 73%, 영국의 26%, 미국의 38% 수준이다. 또 수도권의 경우 2007년부터 4년 주기로 요금을 조정해왔고, 다른 지자체도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7년전에 인상했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