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명(왼쪽),·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박근혜정부 시절 선거 개입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자 경찰 내부에서는 자성과 분노 기류가 교차한다.
경찰의 잘못은 드러내고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검찰이 전직 경찰청장들을 겨냥한 데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여론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16일 통화에서 강 전 청장 구속과 관련해 "누구든 잘못한 게 있으면 밝혀내고, 그걸 계기로 어느 기관이든 발전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잘못을 특정기관의 이해와 연관시키는 그런 유치한 행위는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덧붙였다. 강 전 청장이 구속된 배경에 검찰의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다고 보는 내부 기류와 일맥상통하는 반응이다.
검찰이 과거 정부 경찰의 불법 정보수집 의혹과 관련, 다수의 경찰 고위 인사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대부분 기각했다는 점도 '경찰 망신주기식' 수사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불만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경찰에게 지시를 내린 더 윗선까지 철저하게 조사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렇게 뻗어나가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내부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밖으로도 치안총수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며 "수사권 조정을 포함해 국민만 바라보고 갈 수 있는 제반 여건도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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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최근 검찰의 연이은 경찰 압수수색, 강신명·이철성 전 청장에 대한 무더기 영장 청구, 강 전 청장 구속 직후 이날 이뤄진 문무일 검찰총장의 수사권 조정안 비판 입장 표명 등을 두고 "우연이 반복되면 계획된 필연"이라는 얘기도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
경찰에 대한 수사를 절차대로 진행한 것일 뿐 의도는 없다는 검찰의 입장을 믿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 등과 같은 구속사유도 인정된다"며 강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 전 청장은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보국을 활용해 '친박(親박근혜)계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대책을 수립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함께 영장이 청구된 이철성 전 경찰청장, 김모 전 경찰청 정보국장, 그리고 박모 현 경찰청 외사국장에 대한 영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