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송 : FM 98. 1 (06:05~06:55)
■ 방송일 : 2019년 5월 13일 (월요일)
■ 진 행 : 이강민 앵커
■ 출 연 : 이재호 기자 (한겨레21)
◇ 이강민> 굿모닝뉴스의 사회팀장, 한겨레21의 이재호기자. 어서오세요.
◆ 이재호> 네, 안녕하세요.
◇ 이강민> 주말에 날씨 참 좋았죠. 뭐하셨어요?
◆ 이재호> 운동도 하고, 책도 좀 읽고...혹시 이강민 아나운서는 주말 동안 광화문 광장 가봤습니까?
◇ 이강민> 평소처럼 은둔형 주말을 보내다가 마침 종로쪽에 일이 생겨서 근처를 지났습니다.
◆ 이재호> 없었던 농성 텐트가 하나 생겼는데 보셨습니까?
◇ 이강민> 뉴스를 보니까 대한애국당에서 설치한 천막이라고 하더라고요. 오늘 발제 내용과 관련이 있는겁니까?
◆ 이재호> 그렇습니다. 오늘 발제는 ‘같은 듯 다른 대한애국당 천막과 세월호 천막’입니다.
◇ 이강민> 천막이 설치된 과정부터 설명해주시겠어요?
◆ 이재호> 대한애국당이 10일 오후 7시께 광화문 이순신 동상 부근의 공간에 2평 남짓한 천막을 기습적으로 설치하고 장기농성에 들어갔습니다. 경찰과 서울시 공무원이 저지를 하려고 했지만 애국당 쪽은 몸싸움을 벌여가며 천막 설치를 강행했고요. 현재는 1개동을 추가로 설치해 2개동이 들어서 있고, 20여명의 당원들이 천막을 지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 이강민> 대한애국당에선 광화문에 천막을 치겠다고 이미 5월초에 공언을 했다던데요?
◆ 이재호> 그렇습니다. 조원진 당대표가 예고를 했었습니다. 대한애국당 변성근 1사무부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이 마치 본인의 땅인 것처럼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세월호 단체에 혜택을 주고 있다. 박 시장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천막을 설치했다”고 말했습니다. 대한애국당에선 자신들이 설치한 텐트에 대해 세월호 천막과 같은 개념으로 보라며 여론에 호소하는 중입니다..
◇ 이강민> 서울시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 이재호> 강경한 입장입니다. 서울시에선 13일 오후 8시까지 자지철거를 요구하는 계고장을 보냈는데 애국당에서는 “자진철거는 없고, 강제철거를 강행하면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고 지키겠다”는 입장입니다. 13일 오후 8시 이후에는 강제철거를 위해 공권력 투입이 가능한 상황이 되면서 긴장감 높아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안전을 감안해서 행정대집행을 하지 않고 추가 계고장을 보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한애국당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애국열사 추모'를 이유로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이강민> 대한애국당에 앞서 자유한국당이 광화문 광장에서 천막 농성을 계획했어서 논란이 있기도 했었죠?
◆ 이재호> 그랬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지정에 맞서 서울 광화문광장에 천막 농성장 설치를 계획했지만 서울시가 불허 입장 밝히면서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 이강민> 서울시의 불허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 이재호>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사용과 관리와 사용에 관한 조례를 들어 불허했습니다. 조례를 보면 ‘서울시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광장을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당의 농성천막은 여가선용이나 문화활동이 아닌 정치적인 목적이기 때문에 사용을 승인할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 이강민> 집회시위법에 따르면 집회와 시위는 허락을 받고 하는 것이 아니고 신고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 이재호> 맞습니다. 집시법이라고도 하는데 집회 시위를 허락받지 않고 신고만 하면 할 수 있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기본권리입니다. 하지만 텐트와 같은 시설물을 설치하고 공간을 오랫동안 점용하는건 다른 문제거든요. 지자체에 허락을 구해야 하는데, 광화문 광장은 서울시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광화문 광장을 사용할 때는 두가지 예외사항 말고는 신청서를 내고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 이강민> 두가지 예외사항?
◆ 이재호> 첫째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경우. 둘째는 문화·예술 진흥 등 공익을 위하여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입니다. 이때에는 신고와 사용료 지불의 의무를 면제한다고 조례에 명시하고 있다.
◇ 이강민> 보수단체의 천막 농성 이슈는 처음이 아니잖아요?
◆ 이재호> 2017년에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설치된 (탄기국)탄핵무효를 위한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의 천막이 40일간 무단 설치돼 있다가 행정대집행으로 철거됐었습니다.
◇ 이강민> 기억이 나네요. 이런 과거의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대한애국당에서는 자신들의 천막설치를 서울시가 불허하는 것에 대해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하는거 같은데요?
◆ 이재호> 그래서 보수세력은 내로남불이라고 목소리 높이는 상황이다. 광화문 광장에 텐트를 설치한 대한애국당은 세월호 천막과 같은 개념으로 봐달라고 여론에 호소를 하는 중인거죠.
◇ 이강민> 사실, 직관적으로 보기에는 보수쪽의 주장처럼 내로남불로 이해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한데요?
◆ 이재호> 말한 것처럼 비슷해 보일 수 있겠습니다. 제가 세월호 참사 당시 팽목항부터 광화문 농성까지 주욱 따라가면서 취재했던 경험으로 보면 세월호 천막 설치 당시에도 지자체에 허락을 구하지 않아다는 이유로 불법성 논란이 일었었는데요. 특히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에서 집시법 위반과 서울시 조례 위반을 들며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많이 냈었습니다.
◇ 이강민> 그런데 철거가 안됐잖아요. 이유는 무엇일까?
◆ 이재호> 그래서 제가 당시에 취재를 한 내용을 다시 꺼내봤는데요 세월호라는 사건이 일단 수백명의 안타까운 목숨을 잃은 사건이었지 않습니까. 그래서 법조계 쪽에서는 이러한 특수성을 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집시법에선 신고를 해야하는게 맞지만 예외조항이 있습니다.
◇ 이강민> 어떤 예외조항이죠?
◆ 이재호> 15조 내용인데요. 학문,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오락, 관혼상제(冠婚喪祭) 및 국경행사(國慶行事)에 관한 집회에는 제6조부터 제1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세월호의 경우도 목숨을 달리한 희생자들에 대한 상례, 제례로 본다면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죠.
◇ 이강민> 그렇군요. 세월호 사건은 한국사회의 재난안전과 수많은 부조리가 드러난 참사였기 때문이군요.
◆ 이재호> 세월호 사망자에 대한 추모의 의미와 진상규명 요구는 당시 한국사회가 외면할 수 없는 목소리였죠. 세월호 침몰 이후 그해 여름 단식농성 돌입하면서 안전 문제가 제기됐고 그래서 일단 서울시가 협조에 들어갔다고 보도됐었습니다.
◇ 이강민> 그래서인지.. 애국당에서도 천막에 붙인 팻말을 보면 ‘3.10 태극기 애국열사 희생’이라고 붙여놨던데요.
◆ 이재호> 그렇습니다. 역시 돌아가신 분에 대한 추모의 의미를 담은 것은 아마 아까 설명한 그런 부분들에서 면죄부를 받기 위한 시도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애국당의 천막은 세월호 천막과 같은 맥락으로 보기 힘든 부분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2014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설치됐던 세월호 천막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이강민>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가요?
◆ 이재호> 일단 주장하는 내용의 핵심을 들여다보면 박근혜 대통령 석방과 탄핵 무효와 반탄핵 집회. 이런 내용인데요. 큰 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라는 헌재 결정에 반대하는 부분이 많이 나갔다고 생각된다.
◇ 이강민> 그러니까, 헌법 최고기관의 권위를 부정하는 행동이 정당성을 받기가 힘들다는겁니까?
◆ 이재호> 그렇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최후의 보루와 같은 기관이다. 아까 설명한 집시법에서도 모든 국민들은 신고만 하면 집회 시위를 할 수 있지만 그런 자유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 두가지 있습니다.
◇ 이강민> 그건 또 어떤 경우인가요?
◆ 이재호> 첫째,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 또는 시위. 둘째,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損壞),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입니다. 대한애국당의 주장을 들어보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무효다라는 주장 등이 나오기 때문에 수긍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고요. 3.10애국열사라 지칭하는 분들이 헌재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자 규탄 집회를 하다 돌아가신 분 다섯분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을 묻는 것인데 이 부분도 좀 애매합니다.
◇ 이강민> 애매하다? 어떤 부분이 그렇습니까?
◆ 이재호> 그러니까 경찰 수사로 파악된 부분들을 보면 집회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진 참가자들이 버스를 흔들었고 차량 위에 스피커가 떨어지면서 사망하신 부분이 있는데 즉 질서유지에 실패하면서 빚어진 사고였던거죠. 유명을 달리하신 분에 대해서는 안타깝긴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는 다른 맥락으로 이해됩니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후속조치는 탄핵사유로 인용되진 않았으나 헌재에서도 문제점이 있었다고 판시를 했었고요. 이렇게 국가권력으로부터 외면받은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광화문 광장으로 가 농성장을 설치했던 것이기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텐트를 방문하기도 했었죠.
◇ 이강민> 하지만 당시에도 협의가 안된 천막이 있었고 그래서 서울시가 과태료를 물었다고 하던데?
◆ 이재호> 그렇습니다. 서울시는 세월호 천막 14개 동 중 허가 없이 설치된 텐트 세개 동에 대해선 1800만원 상당의 변상금을 부과했다고 밝혔습니다
◇ 이강민> 당시에도 조례에 어긋난 부분에 대해서는 벌금을 부과했다는 거군요. 대한애국당의 천막 철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좀 지켜봐야겠군요. 끝으로 이번 내용에 대해서 정리 해주실까요?
◆ 이재호> 개인적으로는 어떠한 종류의 농성장이라도 설치를 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농성 텐트 설치는 진보 진영이나 노동계에서 많이 해 왔던 일이고, 텐트에 대한 강제철거 집행 등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유로도 있어선 안된다고 반대를 해왔던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 집회는 생존권이나 노동권 등 기본권에 대한 목소리 담은 내용들이 많았었잖아요. 하지만 현재 대한애국당의 텐트설치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불복하면서 사실상 법 체계를 부정하면서 농성권을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고요. 세월호랑 같은 맥락으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 이강민> 오늘은 천막농성에 대한 대한애국당의 주장, 관련 조례들, 과거 사례들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한겨레 21의 이재호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재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