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윤창원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5‧18 망언 관련 징계와 5‧18특별법 개정안 등 밀린 숙제를 해결하지 않고 '빈손'으로 재차 광주 방문을 강행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지난 3일 호남선 장외투쟁 과정에서 광주를 방문한 황 대표는 지역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물세례를 맞으며 곤욕을 치렀다. 당내 일부 인사들의 5‧18 망언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 등이 논란이 되면서 비난의 화살이 한국당 수장인 황 대표를 향한 것이다.
이날 광주에서 열리는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위해 황 대표는 '물세례' 사태 후 약 2주 만에 광주를 다시 방문하지만, 시민단체 등이 요구한 5‧18 관련 추가 조치는 없었다.
'빈손' 광주행으로 인해 5‧18 유족회, 시민단체 등 격렬한 충돌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황 대표는 측근들에게 기념식 참석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황 대표의 행보를 두고 향후 중도층 확장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직까지 한국당의 주요 지지층이 영남권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황 대표가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징계나 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기엔 부담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총선이 다가오면서 중도 표심을 향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당내 목소리가 차츰 커질 경우, 황 대표가 광주를 방문했던 사실이 재평가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황 대표의 이번 5‧18 기념식 참석은 한국당 대표로선 처음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2018년 기념식에 불참했다.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한나라당 역대 선출직 당 대표들 중에는 김무성, 황우여, 정몽준 전 대표 등이 참석한 바 있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전국을 돌며 장외투쟁을 하고 있는데 당연히 호남지역과 광주도 뺄 순 없다"며 "지역에서 망언에 대한 징계가 약하다거나 마무리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최선을 다 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황 대표가 5‧18 관련 진정성 있는 조치 없이 빈손으로 광주를 방문하는 것을 두고 보수층 결집을 위한 의도적인 행보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논란을 빌미 삼아 의도적으로 호남 정서를 자극,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핍박 받는 모습을 연출해 한국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영남권 및 보수층 유권자의 결속을 도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5.18 망언' 김진태, 김순례 의원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지난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5·18 망언 사태를 일으킨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 등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김순례 최고위원이 받은 당원권 정지 3개월 처분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지적과 함께 이 의원에게 내려진 '제명' 징계를 마무리하기 위한 의원총회는 일정조차 못 잡고 있기 때문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이 의원 관련 징계 확정을 위한 의총에 대해 "국회가 지금 상황이 어려워 의총을 열기가 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사실상 징계를 유보했다.
지난해 12월 패스트트랙 합의 당시 여야 4당이 약속했던 5‧18특별법 개정안 처리도 한국당이 국회 일정을 거부하면서 지연되고 있다. 특별법에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 또는 혐오 표현에 대해 징역형 등 강도 높은 처벌조항이 담겼다.
한편, 황 대표를 비롯한 여야 지도부가 이날 기념식 참석차 일제히 광주로 집결하는 가운데 5‧18 기념재단‧시민단체와 극우단체 등은 광주에서 집회를 예고했다.
특히 빈손으로 오는 황 대표의 기념식 참석을 묵과하지 않겠다고 밝힌 5‧18 단체들과 황 대표의 충돌이 예상되면서, 황 대표가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리는 기념 행사장에 참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NEWS:le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