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 (사진=연합뉴스)
"5.18특별법을 전혀 국회에서 다루지 않고 황교안 대표가 다시 광주에 내려가겠다고 한 것은, 저는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봅니다."
"한센병이죠. 대통령께서 본인과 생각이 다른 국민을, 같은 국민이라고 생각하시는데 그 국민의 고통을 못 느낀다고 하면 저는 그러한 의학적 용어도 쓸 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까지 여야 5당 중 3당의 원내지도부가 교체됐지만 지난주 정치권의 이슈는 이들 새 대표가 이끌어 낼 국회 정상화가 아닌 '막말' 논란이었다.
역대급 규모의 화마로 삶의 터전을 잃은 강원지역 산불 피해 주민들은 물론 크고 작은 재해·재난을 입은 국민들을 돕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논의에 한창이어야 할 때지만 여야는 날카로운 표현으로 서로를 상처내기에 급급했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각 정당들이기에 상대를 비난할 때 좋은 말로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당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사석도 아닌 공개 행사나 언론 인터뷰에서 상식있는 사람이라면 쓰기 힘든 수준의 단어를 쏟아내는 것은 다른 수준의 문제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 윤창원기자
사이코패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향해 쏟아낸 이 단어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해 반사회적 행동을 하고, 또 그 행동에 대한 죄책감이 결여된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감 능력을 비난하며 예시로 든 한센병은 나균 감염으로 발생하는 질병으로 치료가 되지 않으면 합병증으로 인한 신경 무감각의 증상이 나타난다. 과거에는 문둥병이라고도 불렸다.
쉽게 말해 서로를 다른 이들의 감정은 아랑곳 않는 '정신병자' 또는 '불치병환자'라고 지칭한 셈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윤창원기자
"문빠, 달창 이런 사람들한테 공격당하는 거 아시죠?"
이번 막말 논란의 시발점 격인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는 물론 여성에게도 상처가 되는 표현이었다.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이트에서 대통령 지지자들을 성매매 여성에 빗대어 만든 표현을 제1야당 원내대표가 자신들의 지지자가 모인 자리에서 사용한 것이다.
막말은 자신의 지지층을 만족시키고 빠르게 내부 결집의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유혹에 빠지기 쉽다.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는 말처럼 정치적 인지도를 빠르게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 또한 이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한국당은 2월말 전당대회 효과와 더불어 이른바 '5·18망언'으로 불리는 소속 의원들의 발언으로 인해 지난 2개월 새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하며 30%대 진입에 성공했다.
과거에도 여야는 현안이 있을 때 마다 귀태, 이부망천 등 막말을 쏟아내며 파급력을 키우는데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막말들은 일시적으로 지지층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지 모르지만 서로 상대 진영을 향한 반감이 커지도록 해 결국 국민을 분열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막말 정치의 대가로 꼽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승리에는 성공했지만 이후 여야를 가리지 않는 막말로 인해 여당인 공화당조차 내부 분열에 신음하고 있다.
이를 본받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막말에 필리핀 사회도 갈등을 겪고 있으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막말은 우리 국민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지탄을 사고 있다.
말은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을 정도로 무게감이 있는 데다 일단 내 뱉으면 천 리를 갈 정도로 그 파급력이 무엇보다 강한 수단이다.
공당을 대표하는 발언의 경우 그 효과가 더욱 클 것임은 자명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실시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8년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에서 국회는 1.8%를 얻어 꼴찌를 기록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해 연말 한 장애인 행사장에서 "정치권에 정신장애인들이 많다"고 발언해 야당으로부터 맹비난을 샀다.
정치권이 국민의 불신을 극복하고, 이 대표의 발언이 잘못됐음을 입증하려면 스스로 막말 근절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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