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CGI 홈페이지 캡처)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사실상 1대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조원태 회장 측의 '백기사'가 될지 아니면 '소버린자산운용'의 SK사태를 재연할지 관심이 쏠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 측은 최근 KCGI 측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진칼 지분 현황은 △고(故) 조양호 전 회장 17.84% △KCGI의 자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 14.98% △조원태 회장 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2.3% 등이다.
조양호 전 회장의 유언장이 없다면 지분은 배우자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게 5.94%, 삼남매에게 각 3.95%씩 상속된다.
결국 오너 일가의 지분 상속과 관련한 경영권 다툼이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KCGI가 한진칼 1대 주주 지위에 오르게 된다.
따라서 조원태 회장 측이 KCGI에게 백기사(우호세력)로 나서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접근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KCGI가 조원태 회장의 우호세력을 자처할지는 미지수다. KCGI가 합리적 경영판단과 결정을 위한 전문 경영체제 확립을 주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상황은 2003년 SK지분을 확보한 모나코 소재 사모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보여줬다.
당시 최태원 회장 일가는 SK C&C를 통해 지주사격인 SK를 지배했는데, SK C&C는 SK의 주식 8.6%만 보유하고 있었다. 최 회장 우호지분은 15.93%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 회장의 '오너 리스크'가 발생해 2만원대의 주가는 5000원대로 떨어졌고, 소버린은 자회사 '크레스트씨큐러티즈'를 앞세워 1768억원을 투자해 지분 14.99%를 확보하며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소버린은 SK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SK텔레콤 매각과 최 회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
두 차례에 걸친 주주총회에서 소버린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최태원 회장은 경영권 방어에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다.
이후 소버린은 2년 3개월 만에 주식을 전량 매각해 1조원에 가까운 수익을 챙기고 떠났다.
KCGI가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는 소버린과 유사하다. △자회사를 통해 지주사 주식 매입 △2대 주주 지위 확보 △오너 경영권 흔들기 등이다.
향후 조원태 회장과 KCGI 측이 추가 자금을 투입해 경쟁적으로 지분확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한항공이 이미 400억원대의 조양호 전 회장 퇴직금을 대표 상속인에게 지급했다. 조양호 전 회장이 한진그룹 9개 회사에서 받을 퇴직금은 모두 1950억원으로 추산된다. 50%의 상속세를 납부해도 1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KCGI도 최근 추가 펀드인 'KCGI 제1호의 5 사모투자합자회사' 설립등기를 마쳤다. 일각에서는 한진칼 지분 추가 확보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조원태 회장 측은 조양호 전 회장 지분 상속과 관련해 가족들과 갈등을 말끔하게 해소하지 못한 것이 걸림돌로 평가된다.
KCGI 역시 한진칼 지분 15%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련법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공개될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