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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들' 박형식이 가장 좋아하고 울컥했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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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심원들' 박형식이 가장 좋아하고 울컥했던 대사

    [노컷 인터뷰] '배심원들' 권남우 역 박형식 ①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심원들' 권남우 역 배우 박형식을 만났다. (사진=UAA 제공)

     

    영화 '배심원들'(감독 홍승완) 8번 배심원 권남우(박형식 분)는 얼핏 보면 사고뭉치다. 국내에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마지막 배심원으로 선정된 그는 예상치 못한 말과 행동을 반복한다. 꼭 성공할 거라고 굳게 믿는 호신용품 등록을 위해 법원을 휘젓다가 판사들이 다니는 통로에 이른다. 거기다 어머니를 죽인 혐의의 피고인을 우연히 만나 남들이 못 본 것을 본 후에는 사건을 처음으로 되돌려 생각한다.

    다들 이렇다 할 사명감 없이 '뽑힌' 상황이라, 후딱 끝내고 집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이때 남우는 의문이 생기는 건 끝끝내 해소하려고 한다. 사건 기록을 살펴보면서 오류를 찾아내고, 현장 검증까지 주도한다. 복잡하면 대세에 따르는 게 편하다며, 그렇게 다 따지고 들어서는 사회생활이 힘들다고 하는 주변의 잔소리에도 끄떡없다. 판사 김준겸(문소리 분)이 말한 것처럼 "적당히를 모르는 성격"이다.

    박형식은 그래서 권남우가 마음에 들었다. 실제로 지금 가진 것은 볼품없지만, 해 보고 싶은 일이 있고 거기에 희망을 거는 '보통 청년'이었던 까닭이다. 확신하기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도 실제 성격과 비슷하고.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심원들'로 상업영화 첫 주연에 나선 배우 박형식을 만났다. 누구보다 영화 출연을 바라왔고, '배심원들'로 출발을 알린 그는 작업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이따금 꿈꾸는 듯한 표정을 보여줬다. 영화 속 배심원들이 그랬듯, '처음이라 잘하고 싶었던' 초보 박형식의 이야기를 옮긴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난 2일에 언론 시사회가 있었다. 영화는 언제 처음 봤나.

    기술 시사 때. 그전에는 체크하고 모니터는 했는데, 극장에서 모니터한 거는 기술 시사 때였다. 저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봤다. 와~ 긴장되더라, 드라마 때는 안 그랬었는데. 다들 어떻게 보시는지, 내가 하긴 잘했는지, 영화는 어떻게 나왔는지… 그러니까, 참 신기한 게 이게 분명히 내가 찍은 영화고 분명히 시나리오도 다 봤는데도 이렇게 만들어진 거로 보니까 느낌이 완전히 다르더라. 진짜로 되게, 내가 출연 안 한 어떤 영화를 보는 것처럼 봤다. 영화는 재미있었다. (웃음)

    ▶ 언론에 공개된 후 평이 좋았다. 아직 개봉 전이지만 영화를 본 주변 지인은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던가.

    개봉하고 나서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 너무 궁금하다. 지금 시사 평이 그래도 괜찮아서 너무 다행이다. 저도 어떻게 보셨나 하고 (반응을) 찾아보는데 다 좀 괜찮게 보신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근데 시사를 좀 빨리, 일찍 하다 보니까 뭐랄까 진짜 좀, 더 긴장도 되고 기분 좋으면서 더 떨리는 거 있지 않나. 드라마 때는 촬영하면서 첫 방송 딱 하고 나서 시청률 확인하고 (웃음) 시청률에 따라 드라마 현장 분위기도 살짝 미묘한 변화가 있다. 잘 나왔을 때는 감독님도 입이 귀에 걸려 계신다, 아침에 도착하면. (웃음) 생각보다 안 나왔다고 해도 긍정적이었다. 파이팅해 보자! 파이팅해 보자! 이런 분위기? (드라마는) 반응을 확인하면서 촬영하는 거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으니) 그게 가장 또 떨리는 거다. (관객) 의견을 반영해서 바꿀 수 없다 보니까.

    박형식은 '배심원들'에서 호기심도 질문도 가장 많은 청년 사업가 8번 권남우 역을 맡았다. (사진=반짝반짝영화사 제공)

     

    ▶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어땠는지 궁금하다.

    그 좁은 공간에서 여러 명이 나오는 씬으로 사실은 (영화가) 쭉 가지 않나. 그만큼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인데, 이게 만약 (이야기가) 탄탄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내가 과연 이 작품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 싶더라. 처음에 받고 읽을 때부터 너무 재밌었다. 배심원들 캐릭터 성격이 상상 속 만들어 낸 사람이 아니라, 대사도 그렇고 너무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해서 재밌는 거다. 시나리오 한 번 읽을 때 쭉 읽혀가지고 이건 진짜 읽으면서 속으로는 (웃음) '잘될 것 같다!'는… (웃음) 궁예질을 한번 해 봤다. 근데 항상 그건 있는 것 같다. 항상 제가 좋았던 게 좋았다. 그냥 시나리오를 읽고 빠져가지고 나도 모르게 이걸 너무 해 보고 싶다는 작품들이 대체로 그래도 평가가 잘 나왔다. 궁예질을 한 다음에는 (예상이 맞는지) 체크해 본다. 그 재미도 있더라. 이번에는 내 느낌이 맞을까? 하는 기대도 해 보기도 하고.

    ▶ 배심원들 8명 중 가장 호기심 많고, 적극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권남우 캐릭터를 맡았다. 어떻게 캐릭터를 잡아갔나.

    (감독님이) 연구를 하지 말고 그냥 하라고 하셔서, 뭘 원하시는 건지 저는 처음에는 몰랐다. 와서 하다 보니까 알겠더라. 그것도 일종의 호흡을 위한 거였다. 모두가 준비된 무언가를 하면 호흡이 딱딱해지거나 뚝뚝 끊길 수가 있어서… 선배님들은 워낙 다 잘하시니까, 저는 8번 배심원으로 가니까 즉각적인 리액션이 나오더라. 아, 감독님께서는 이런 호흡을 원하셨던 것 같기도 하고, 되게 신선한 접근이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왜 이 말을 할까? 어떤 감정을 느껴서 이걸 하는 걸까? 연구했는데, 아무것도 없이 그냥 가서 현장에서 바로 즉각적으로 받아서 하니까 사실 처음에는 이래도 괜찮나 싶었다. 제 캐릭터만 유일하게 그래도 괜찮았던 거더라. (다른 배심원들) 모두 설정이 있지 않나. 대기업 비서실장, 가정주부… 저는 말이 청년 창업가이지 그냥 백수잖나. 아하하. (웃음) 그냥 학생이니까 이걸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사실은 막막한 건데,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진심, 진실함이 가장 중요한 캐릭터였다. 선배님들의 호흡에 대해서도 무지의 상태로 받아들여도 그 자체가 권남우였던 것 같다.

    ▶ 이미 여기저기서 나왔지만 홍승완 감독이 첫 촬영 때 27테이크를 가서 매우 당황했다던데.

    리허설을 하면서 맞춰보고 컷하면 감독님이랑 모니터하고 상의하는 건 너무 좋다. 한 장면 한 장면을 정말 모두가 머릿속까지 끌어내서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느낌? 모두가 열정을 가지고 하는 게 너무 좋은 거다. 드라마도 최선을 다해서 만들지만 시간적인 여건상 하루 24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영화는 어떻게든 계속 뭔가 만들어내려고 하더라. 힘들긴 했다. 사실 테이크를 그렇게 많이 간 게 처음이었다. 장면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니까 뭐라도 하나 나오고 더 깊어지는 것 같아서 그런 쪽으로는 굉장히 또 장점이라고 저는 느꼈다.

    남우는 극중 피고인 두식(서현우 분)을 우연히 만나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한 모습을 본다. 그러곤 질문을 던진다. 정리된 사실 모두 '정말 맞는가?' 하고. (사진=반짝반짝영화사 제공)

     

    ▶ 극이 진행될수록 시종일관 집요하게 파고드는 남우의 성격이 이해가 갔나.

    저는 처음부터 납득이 됐다. 말도 안 되는 호신용품 가지고 '이번엔 무조건 돼요. 한 번만 믿어주세요' 하지 않나. 어떤 다른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는 정말로 호신용품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순수한 아이다. 그 포커싱이 사건으로 옮겨지면서 자기는 이거를 끝까지 한번 파헤치겠다는 거로 간 거다. 성격이 정확해서 이걸 해 보자는 게 아니라, 궁금하니까 포커싱이 (사건으로) 가 버린 거다. 의심스럽고 뭔가 아닌 것 같다고 하면, 끝까지 가 버리는 성격이다. 본인은 모르는데. 재판장님이 적당히를 모르는 성격 같다고 하는데, 그 와중에도 자기는 거기에 완전히 꽂혀 있는 거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고자 하는 일은 자기가 흠뻑 빠져서 하는 아이인 거다.

    ▶ 하지만 극중 남우의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남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내면서, 정말 사실인지 확인하려는 데 많은 용기가 필요할 수 있다.

    저도 확신을 가지면 똥고집이긴 하다. 반대로 확신이 들지 않았을 때는 내 말이 맞을 수도 있고 저 사람 말이 맞을 수도 있으니까 타협을 한다. 확신을 가진다면 '아냐, 이거야' 하고 남을 설득하는 성격이다. 사실 확신은 잘 안 든다. 그런 때가 잘 없는 것 같다. 남우라는 캐릭터도 딱 그랬던 것 같다. 다른 배심원들은 보지 못한 어떠한 것을 보고 강한 의심이 들었기 때문에 마음이 굳혀진 거다. 자세히 알아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긴 거다.

    ▶ 이런 면이 본인의 실제 성격과 비슷한가.

    저랑 많이 비슷하다. 게임한다고 하면 랭크를 꼭 끝까지 가봐야 한다. 자격증도 한 번 따면 오픈 워터, 어드밴스드, 마스터까지 가 보자 되게 그런 성격이다. 근데 (감독님은) 처음에 딱 와서 (남의 말이) 잘 들리지도 않는 ('진짜사나이' 때) 모습을 보고 남우를 하셨는데 그게 한 5~6년 전이다. 인제 저도 29살이고 (웃음) 지금도 '아무것도 몰라요' 이러면 저는 문제가 있다고 봤다. 자기가 생각했던 모습이 아니니 감독님도 당황하시고, 저도 '감독님, 그때가 언젠데요' 이랬다. (웃음) 암튼 그것도 저니까 어찌 됐든 그때의 기억 더듬으면서 남우를 만들어갔다.

    ▶ 남우가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정의 추구나 사명감이 아니라 호기심과 탐구심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흥미롭고 거부감도 덜했던 것 같다.

    (피고인이) '내가 그런 거면 어떡하지?'라고 하지 않나. 순간 저 사람이 왜 저런 말을 하지 싶을 거다. 엄청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내가 물건 주워달라고 하니까 주워주고. (남우는) 겁이 나면서도 뭐지? 하면서 자꾸 보고 싶은 거다. 이 사람에 대해서 궁금해지고,이 사람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거기에 호기심이 생겨버리는 거다. 남우는 덕후다. (웃음) 남들이 안 된다고 해도 호신용품 혼자 개발해가지고 무조건 해 달라고 하는 성격이니.

    ▶ '배심원들'에는 주변에 있을 법한 현실적인 캐릭터가 가득 나오고, 한 번쯤 곱씹을 만한 대사를 자주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무엇인가.

    이건 감독님이랑 저랑 아마 똑같을 거다. "처음이라 잘하고 싶어서 그래요." (대사 보고) 바로 그 자리에서 울컥… 바로 울컥하더라. 너무 내 마음 같기도 하고. (웃음) 제가 볼 때 감독님도 보시면서 울컥하시지 않았을까. 근데 그 대사가 참 우리 모두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항상 처음을 접해보지 않나. 이 사람이 나한테 이렇게 하는 것도 처음이고, 처음 경험하는 게 계속 생기지 않나. 어떻게든 다들 잘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르고… 그러니까 잘하고 싶어서 그런다, 당신들을 괴롭히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말이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배우 박형식 (사진=UAA 제공)

     

    그리고 재밌었던 건 윤경호 선배님(3번 배심원 조진식 역)이 너무 웃기다. 도시락 씬만 해도 저희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차비 없냐고 하지 않나. 없다고 하니까 '그건 개선돼야겠다' 하는 게 너무 웃기다. (웃음) 계속 먹는 것도 너무 재밌고. 우리 영화가 너무 공감대가 높다. 공감대가 깊어서 분명 내 성격이 이 배심원들 누군가에는 들 확률이 높다. 그러니까 조한철 선배님(5번 배심원 최영재 역)한테 이입한 분은 제가 너무 답답하고 이해가 안 가는 거다. 근데 그만큼 정말로 현실적인 거다. 또 어떤 분들은 또 김미경 선배님(2번 배심원 양춘옥 역)에게 확 이입해서 '그럴 수 있지' 하시고. 모두가 다 대입을 해서 보시는 거다. 그게 기분 좋았다. 저도 책 봤을 때 그걸 느꼈다. (캐릭터에게) 탁 이입이 되니까 좋더라.

    ▶ 처음엔 민폐 캐릭터로 보일 수 있지만 극인 진행될수록 남우의 '답답함'이 해소된다.

    '싫어요!'라고 하면서 왜 싫은지를 얘기 안하니까 너무 답답해 미치겠는 거다. 피고인을 보고왔다고 말하면 큰일 나니까 '싫어요!'라고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저는 진짜 답답했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답답한 거다. 다행히 그 답답함이 다 흘러가서 몰입하게 되는 것 같고, (뒷내용을) 다 같이 궁금해하시는 것 같고, 어느 순간 (관객도) 배심원이 되는 것 같아서 좋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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