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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노동자, 혈액암 사망률 최고 3.68배" 정부 공식확인

경제 일반

    "반도체 노동자, 혈액암 사망률 최고 3.68배" 정부 공식확인

    산업안전보건연구원, 10년 동안 20만명 추적 역학조사 결과 발표
    반도체 노동자 혈액암 발생·사망률 2~3배 가량 더 높아
    "일반인보다 암 발생률 낮다"던 삼성 주장 정면 반박

     

    반도체 제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약 20만명을 정부가 10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혈액암 발생 및 사망 위험이 일반인보다 2~3배 가량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반도체 업계 노동자들의 암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낮다고 주장해온 삼성전자 등 사측의 입장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결과여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고재철 원장은 2009년부터 10년에 걸쳐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 노동자들의 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를 추적 조사한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10년간 반도체 노동자 20만명 조사…"일반인보다 사망률 낮다" 삼성 주장 뒤집어

    앞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07년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사태를 계기로 이듬해인 2008년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했지만, 당시 관찰자료가 부족했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역학 조사를 벌여왔다.

    이번 역학조사는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 6개사의 전·현직 노동자 약 20만명을 대상으로 실행됐다.

    또 이번 조사에는 2008년 역학조사와 달리 일반 국민 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 대비 반도체 제조업 노동자의 암 발생 및 사망 위험비를 비교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등 사측은 혈액암 등에 걸린 반도체 노동자들의 직업병 논란에 대해 2008년 조사결과를 근거로 이들의 암 발병률이 오히려 일반인보다 낮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반 국민과 달리 생산가능연령대 인구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업무능력에 문제가 적어 비교적 건강할 가능성이 높은 노동자 집단과 비교해야 상대적인 위험비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일반국민 비교-SIRg SMRg △고용보험노동자 전체 비교-SIRw SMRw.

     

    ◇반도체 노동자, 비호지킨림프종 사망 위험 전체 노동자보다 3.68배 더 높아

    조사 결과 실제로 반도체 여성 노동자는 일반국민이나 전체 노동자에 비해 혈액암(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의 발생 및 사망 위험비가 더 높았다.

    우선 백혈병의 경우 발생 위험은 일반국민 대비 1.19배에 그쳐 통계적 유의성이 적었지만, 전체 노동자 집단과 비교하면 1.55배에 달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사망 위험의 경우 일반국민의 1.71배, 다른 노동자와 비교하면 2.3배나 더 높았다. 비호지킨림프종의 경우 발생 위험은 일반국민 대비 1.71배, 전체 노동자 대비 1.92배에 달했다.

    사망 위험을 따져보면 일반국민 대비 2.52배, 전체 노동자 대비 3.68배로 치솟았다. 그동안 주로 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사태에서 주로 거론됐던 혈액암 외에도 위암이나 유방암, 신장암과 함께 피부흑색종, 주침샘암 등 일부 희귀암도 발생 위험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암 등의 경우 2010년 이후 대부분 사업장에서 종합건강진단을 제공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기 때문에 위암 등을 조기에 발견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여성 오퍼레이터, 남성 장비엔지니어 등의 직무에서 상대적으로 발생 또는 사망 위험비가 높은데다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 발생 위험비가 높게 나타났다.

    또 희귀암의 경우 사례가 부족해 직무 영향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지만, 일부 암종은 남성 장비엔지니어, 여성 오퍼레이터 등에서 발생 위험비가 높게 나타나 추가적인 관찰이 필요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20대 초반 여성 혈액암 위험 높아…작업환경이 혈액암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

    이에 대해 고 원장은 "(반도체 제조업 노동자들의) 혈액암 발생에 기여한 특정한 원인을 확인하지는 못했다"면서도 "여러 사항을 종합할 때 작업환경이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유독 클린룸 작업자인 오퍼레이터, 엔지니어 등에서 혈액암 발생 또는 사망 위험비가 높은 경향을 보였고, 특히 20-24세 여성 오퍼레이터에서 혈액암의 발생 위험비가 높았다고 지적했다.

    또 공정 및 제품, 원부자재 등이 달라 비교적 유해물질 노출수준이 높았던 2010년 이전 여성 입사자에서 혈액암 발생 위험비가 높았던 점도 작업환경이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 발생 사례는 각각 76건, 94건씩 2010년 입사자에 집중된 반면 2011년 이후 입사자에서는 백혈병 3건, 비호지킨림프종 2건으로 크게 줄었다.

    또 설립연도가 오래된 사업장들에서 더 높은 위험 가능성을 보였는데, 그 외 다른 사업장의 경우도 장기간 관찰할수록 이번 조사보다 위험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이미 앞서 진행된 국내 반도체 제조업에 대한 다른 연구들에서도 유사한 암의 증가, 여성의 생식기계 건강이상이 보고된 점도 고려하면 특정할 수는 없지만 작업환경 중의 요인이 노동자 건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이다.

     

    게다가 이 조사에서 활용한 작업환경측정보고서(2013~2017년도)는 한 해에 1~2회만 측정됐을 뿐이어서 실제 노출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고, 극저주파 자기장 및 방사선, 열분해산물 등과 같은 인자는 측정하지 않은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보고서에서는 "작업환경측정자료를 검토한 결과, 황산(강산 미스트), 산화규소(결정체), 산화에틸렌, 비소,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의 여러 발암성 화학물질을 취급하거나, 취급 하지 않았더라도 공정 중 부산물로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물질안전보건자료 검토 결과에서도 산화규소(결정체), 산화 에틸렌, 황산 등의 발암성 물질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도 "영업비밀이 포함된 제품 비율이 전체 제품 중 40%(805개)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수집된 화학물질 정보가 충분히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에서는 "반도체 제조공정의 암발생 위험의 영향요인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 노동자의 건강과 작업환경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반도체 제조업의 건강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를 실시할 것 등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안전보건공단은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에서 자율적인 안전·보건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니터링 하고, 전자산업 안전·보건센터를 설립해 협력업체나 중소업체까지도 직무별 화학물질 노출 모니터링 시스템 등 위험 관리 체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역학조사 보고서 전문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 홈페이지(http://oshiri.kosha.or.kr)에 게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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