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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일가족 사망사건'…왜 아들만 남겨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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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부 일가족 사망사건'…왜 아들만 남겨졌을까

    전문가 "가부장적 문화 지적…부모에게 자식 생명권 결정 권한 없어"

    (일러스트=연합뉴스)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A군은 20일 오전 11시30분쯤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새벽 4시까지 공부를 하다 잠자리에 든 A군은 이날 학교에 등교하지 못했다.

    평소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하던 A군은 아침마다 부모님이 잠을 깨워주었는데 이날은 평소와 달랐다.

    수면 시간 부족했던 A군은 잠이 덜 깬 채 거실로 나갔다. 부모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회사에 출근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집안 이곳저곳을 돌며 부모님을 불러 봤지만 A군의 목소리만 집안에서 맴돌았다. A군은 누나의 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굳게 닫힌 문을 열자 끔직한 광경이 펼쳐졌다.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가 숨져 있던 것이다. 방 안에서는 흉기와 혈흔이 발견됐다. 충격에 휩싸인 A군은 곧바로 112에 신고했다.

    A군은 경찰조사에서 "부모님은 사건 전날 오후 4시쯤 집에 왔다. 부모님과 누나는 집안의 어려운 경제사정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했다"고 진술했다.

    A군의 아버지 B씨는 7년 전부터 포천시에서 목공예점을 운영했다. 그러나 불경기 여파로 수금이 제때 안 돼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면서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은행 대출과 사채 등 2억원의 부채까지 떠안은 B씨는 사건 당일 A군의 제외한 나머지 가족과 경제적 문제를 비관하는 대화를 나눈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렇다면 A군의 아버지는 왜 이런 선택을 한걸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가부장적 문화를 지적했다.

    동반 자살은 명백한 범죄인데도 '애들이 불쌍해서 데리고 갑니다'라는 잘못된 사고방식으로 자식의 생명권을 아버지가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대를 이을 아들을 부모님께 맡겨 놓고 본인들만 그런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서 "자식의 생명권을 선택할 권한은 부모에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가족 동반자살로 추정되는 사건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가해자가 생존을 하게 되면 살인죄가 적용 된다"며 "2017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살인죄의 34%가 가족 살인이라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가족 사망 사건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A군은 현재 조부의 집에서 머물며 생활하고 있다. 경찰은 상담 기관과 연계해 A군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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