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함바'(건설현장 식당) 브로커 유상봉씨의 진정으로 검찰의 내사를 받게 된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유씨를 무고죄로 고소했다.
원 청장은 22일 "저를 상대로 검찰에 진정한 유상봉씨에 대해 금일 오후 동부지검에 무고죄로 고소장을 접수했다"며 "사건의 실체가 신속하게 가려져 더이상 불필요한 오해나 억측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원 청장의 무고죄 고소는 전날 CBS 노컷뉴스 보도로 유씨의 진정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이다.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각종 경찰 비리와 버닝썬 부실수사 논란 등 악재가 겹치자, 사태를 재빨리 진화해 커져가는 경찰 조직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원 청장은 이날 경찰 일반직 직원들과 함께 하는 행사에서도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며 자칫 동요할 수 있는 내부 구성원들을 달랬다.
앞서 유씨는 지난달 서울동부지검에 원 청장의 뇌물수수 혐의를 담은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는 진정서에서 원 청장이 서울 강동경찰서장이던 지난 2009년 자신으로부터 수천만원 상당 뇌물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원 청장은 CBS 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2009년 강동서장 재직 시절 강희락 경찰청장이 만나보라고 말해 서장실에서 잠깐 얼굴은 본 적이 있지만 그때 처음 봤고 이후에 아무런 교류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한번 본 사람에게 수천만원을 주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며 "유씨가 괴롭힌 사람들 중에 나보다 억울한 사람은 없다고 본다"고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진정서를 접수한 검찰은 우선 기본적인 조사를 진행한 뒤 구체적인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면 정식 수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밖에 검찰은 지난해 11월 유씨가 법률대리인을 통해 고발한 허경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과 유현철 분당경찰서장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도 경찰에 내려보내 수사 지휘중이다.
사건은 먼저 송파경찰서로 이첩됐다가 현재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 넘어간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피고발인 조사까지 모두 끝낸 상태"라며 "필요한 수사를 마치는 대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씨는 지난 2010년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된 함바비리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이었던 강희락 전 경찰청장은 유씨로부터 1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아울러 검찰의 '유상봉 게이트' 수사로 강 전 청장을 포함한 경찰 간부들이 잇따라 처벌받으면서 2011년 한창 진행중이던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 동력이 떨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