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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당

    패스트트랙 '상임위 180일' 다 쓰게 되나

    한국당 국회정상화 조건 "상임위서 합의 처리"의 의미
    정·사개특위 '안건조정위 가동' 막으려는 듯
    안건조정위 가동되면 상임위 논의 90일로 단축
    180일 다 쓰게 되면 본회의 상정은 2월 이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의 국회 복귀 전제 조건 중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에 대한 "개별 상임위 합의 처리" 조항이 있다. 그간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설치에 대해 논의조차 안 해왔던 한국당이 갑자기 상임위원회에서 협상하자고 한 배경은 뭘까.

    한국당이 말하는 상임위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의미한다. 논의의 장을 법안이 발의된 정치·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두 상임위로 이동시키자는 얘기다.

    다음 달 30일로 활동시한이 만료되는 두 개 특위의 기간 연장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이렇게 해서 한국당이 얻는 실익은 무엇일까.

    일단 위원장 문제가 있다. 정개특위(정의당 심상정 의원)와 사개특위(민주당 이상민 의원)에는 당 소속 의원이 없는 반면, 법사위원장은 한국당 여상규 의원이 맡고 있다.

    이보다 근본적으론 협상이 열세인 상황에서 최장 6개월(180일)까지 주어진 상임위 논의 시한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1일 "합의 정신을 이룩하지 못한 정개특위·사개특위는 수명을 다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제 제대로 논의가 되려면 기존 특위의 틀에서 활발하게 되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말한 바 있다.

    한국당이 특위를 부정하려는 이유는 국회로 복귀할 경우 인적 구성면에서 불리한 특위가 가동되고, 특위에서 국회법에 규정된 안건조정위원회가 발동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안건조정위가 구성되면 상임위 처리 시한이 6개월에서 3개월(90일)로 대폭 단축된다.

    안건조정위는 재적 위원 3분의 1의 요구로 구성될 수 있는 터라, 앞서 재적 위원 5분의 3의 찬성으로 패스트트랙 지정을 의결했던 각 특위에서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한국당의 "합의 처리" 요구 조건을 수용할 경우 당장 안건조정위를 가동할 명분이 없어진다.

    일단 공직선거법은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검경 수사권조정안에 관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 심의를 이어간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설치법과, 패스트트랙 협상 때 추가 지정된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대표발의 고위공직자 부패수사처 설치법 등 2개 공수처 법안은 모두 법사위로 보내진다.

    지난달 30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각각의 법안은 상임위 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10월 말에는 다음 단계인 법사위로 회부된다. 5월 한 달을 정국 경색으로 허송세월한 여야는 앞으로 5개월 남짓 상임위 심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국회법상 신속처리안건은 지정된 날부터 180일 내로 위원회에서 심사하게 돼 있다"며 "특위에 있던 법안이 상임위로 이관돼도 180일 날짜 계산을 새로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후 법사위에서는 최장 3개월(90일), 본회의에서 최장 2개월(60) 동안 논의한 뒤 재적의원을 대상으로 표결에 부친다. 다만 본회의 논의 절차는 민주당 출신 문희상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통해 전부 단축할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여야가 합의만 하면 일사천리로 진행이 가능하지만 상임위에서 안건조정위를 구성하지 않을 경우 표결까지 9개월(270일)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21대 총선을 2개월여 앞둔 내년 2월 초쯤에나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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