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창작음악극 '쪽빛의 노래' 제작위원회
"아아, 아아 숨 막히도록 고요한 밤바다여/ 살 떨리도록 적막한 밤바다여/ 말하라, 말하라 구슬픈 뱃노래마저 삼켜 버린 너/ 말하라, 말하라, 말하라, 말하라/ 천 년 묵은 침묵마저 먹어 치운 너/ 말하라, 말하라, 말하라, 말하라/ 침묵하는 바다여/ 말하라, 말하라, 말하라, 말하라/ 절망하는 바다여…"
세월호 5주기 추모를 위한 공연 '쪽빛의 노래' 첫 곡 '말하라'의 일부다. 이 곡은 극의 대사와 어우러져 무려 12분간 계속되면서 그날을 상기시킨다.
24일 첫 무대에 오르는 '쪽빛의 노래'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세월호 추모 연작시 '갯비나리'에 작곡가 신동일 윤이상평화재단 이사가 곡을, 연출가 이동선이 대본과 연출을 맡은 창작음악극이다.
작곡가 신동일 이사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숱한 의혹들에 대한 질문과 분노, 슬픔을 표현하기 위해 일반적이지 않은 화음과 선율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완성된 이 음악극은 세월호의 고통을 때로는 은유적으로, 때로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고 노래한다. 무엇보다 서양음악과 전통음악 기법이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색깔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내는 힘을 품었다.
'쪽빛의 노래' 마지막 곡 '새 생명의 꿈이여'는 분노와 절망을 딛고 일어서 앞으로 나아가는 힘찬 생명력을 드러낸다.
"돌아오리라/ 반드시 돌아오리라/ 뜨거운 눈물로 싹을 틔우는/ 아, 새 생명의 꿈이여/ 짓밟힐수록 불꽃이 이는 불씨/ 아, 새 생명의 꿈이여/ 탱탱 길을 열어라, 꽹과리를 몰아쳐라/ 쇄납은 앞장을 서고 쩡쩡 징을 쳐라/ 사람 잡는 거짓과 범죄이라면/ 보는 대로 팡개치는 쩡쩡 징을 쳐라…."신동일 이사는 "마지막 곡 '새 생명의 꿈이여'는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며 "이 곡을 통해서 이 작품이 단순히 분노와 절망과 슬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딛고 일어서 우리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그런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쪽빛의 노래'는 24, 25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초연을 펼친 뒤 지역순회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임정현 이소선합창단 대표가 총감독을 맡아 기획하고 4·16 유가족을 비롯한 416명의 제작위원을 꾸려 2년간 준비해 온 결과물이다.
총감독 임정현 대표는 "지금까지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예술은 순수해야 한다'는 미명 아래 당대의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관객들이 보기에 낯설 수도 있다"며 "하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은 비극을 통해 당대의 고통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 우리도 예술의 힘에 의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