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를 향한 퇴진 요구를 둘러싸고 안철수계가 미묘한 움직임을 보이며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당권파와 반대파의 격한 싸움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며, 대화에 방점을 둔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안철수계 내에서 여러 의견이 나오며 주춤하는 사이, 손 대표 측은 안철수계를 끌어당기고 있다. 안철수 복귀에 힘을 실으면서, 주변에 범(凡) 안철수계 인사(문병호‧장진영)를 앉히는 등 세 확보에 힘쓰는 모습이다.
손 대표 측은 혁신위원회 제안을 통해 '대화파' 안철수계를 꾸준히 설득하며 사퇴 압박의 활로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바른정당계 측은 혁신위를 믿을 수 없고, 퇴진도 장담할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계 미묘한 움직임…"대화가 필요해"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
안철수계의 변화는 손 대표의 '퇴진 거부' 입장이 명확하다는 대전제에서 나오고 있다. 지도부 퇴진을 내건 오신환 원내대표 당선 후에도, 손 대표는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며 정면돌파 방침을 명확히 밝혔다. 당권파 한 관계자는 "손 대표는 퇴진할 마음이 단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버티는 당 대표를 강제로 끌어내릴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바른정당계 최고위원(하태경‧이준석‧권은희)들이 면전에서 비판을 해도, 여러 당헌‧당규를 들어 압박해도, 손 대표가 당직 인선을 강행하며 '마이웨이'를 유지한 이유다.
오 원내대표 취임 이후 당권파와 반대파의 싸움은 더욱 격렬해진 양상이다. 급기야 지난 22일 임시 최고위원회에서는 바른정당계 하태경 의원이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국민의당계 당직자들은 바른정당계 이준석 최고위원을 향해 '음주유세'를 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오 원내대표 취임 이후 당권파와 반대파 간 격렬하게 펼쳐진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내홍이 커지며 당 안팎의 피로감이 쌓여가는 상황에서 안철수계는 "차라리 대화로 풀자"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안철수계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고위에서 너무 싸우는 모습은 여론이 보기에도 좋지 않다"며 "갈등을 더욱 키우기 보다, 대화로 푸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손 대표 퇴진에 있어 유승민계(바른정당계)와 손을 잡았던 안철수계의 미묘한 움직임은 여기서 포착된다. 자세히 보면 안철수계의 분화 조짐도 보이는 셈이다.
현재 안철수계는 이태규·김수민·신용현·이동섭·김삼화 의원 정도가 꼽힌다. 모두 국민의당계다. 여기서 김삼화‧신용현‧김수민 의원은 중도파 권은희 의원과 함께 주요 현안의 캐스팅보터인 'L4'(여성(Lady) 의원 4명)의 일원이다.
손 대표 퇴진 시기와 압박 강도에 있어 이들은 약간의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안철수계 또다른 의원은 통화에서 "대화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고, 퇴진을 확실히 시켜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며 "조만간 모여 이와 관련한 여러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계가 주춤하는 사이, 손 대표 측은 안철수계를 끌어 안으며 세 확보에 나서는 상황이다. 손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안 전 대표가 당을 위해 복귀해야 한다며, 등판론에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손 대표가 안철수의 제대로 된 등판을 도울 수 있고, 유승민과 안철수 사이에서도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외에서도 안철수계 '설왕설래'… 孫, 대화파 安 당기기
문병호 최고위원 (사진=자료사진)
당직 인선에 대해서도 범(凡) 안철수계인 문병호 최고위원과 장진영 비서실장을 앉혔다, 이들은 "안철수의 진짜 의중을 알 수 없다"며 손 대표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반면 '진안계'로 분류되는 원외 위원장들은 이들을 안철수계로 볼 수 없다며, 손 대표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손 대표는 대화파 안철수계를 당기며 퇴진 압박의 활로를 찾을 공산이 크다. 일부 안철수계의 입장 선회가 '사면초가'인 손 대표에게 반가운 시그널인 셈이다.
손 대표 측은 사퇴를 거부하며 제시한 '혁신위'를 통해서도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계 일각에서는 '거센 충돌' 보다는 혁신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안철수계 한 의원은 "혁신위가 현재 지도부 임기를 포함해서 모든 문제를 다 다룬다면, 지도부에서 논의해 구성해도 된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바른정당계에서는 손 대표의 혁신위를 받아선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모습이다. 퇴진을 피하려는 '시간 벌기'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바른정당계 한 의원은 "혁신위에서 무엇을 얘기할지 분명하지 않다"며 "자칫 시간 끌기에 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