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의 막후 협상이 최근 합의문 문구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가 하면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 대한 고발까지 겹쳐 안갯속에 빠진 모습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한국당, '합의 처리' 명문화 요구25일 원내 핵심관계자들에 따르면 교섭단체 3당 수석 부대표들은 전날 오전 비공개 회동에서 한국당 복귀에 관한 '합의문' 문구를 주고받았지만 구체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편안, 공수처 설치법 등을 앞으로 '합의해서 처리하겠다'고 못 박아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안건들은 한국당이 아무리 반대해도 국회법에 따라 늦어도 11개월(330일) 안에는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부터 격앙됐던 감정이 여전히 누그러지지 않은 당내 강경파를 설득하면서도, '빈손 회군'의 부담을 벗기 위한 전략으로 관측된다.
한국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십명이 다칠 정도로 크게 충돌했었던 일인데 겨우 이 정도로 끝내느냐' 하는 분들이 있고 '그 정도 했으면 원내로 들어가라' 하는 분들이 있다"며 "어느 쪽이 더 큰지 판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합의 위한 논의 시작' 문구로 역제안하지만 민주당은 이런 한국당 제안에 난색을 보였다. 패스트트랙이란 게 애초 합의 처리가 난망한 중요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라고 만들어진 제도인 만큼 그 취지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대신 합의문에 '해당 법안을 합의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문구를 명문화하는 게 어떻겠냐고 역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한국당이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러자 민주당은 '합의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문구 정도로 조정하자고 다시 제안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취재진과 만나 "한국당 측의 역제안이 올 수 있으니 기다리는 중"이라며 "주말까지도 계속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실무협상 단계에서부터 양당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계속 팽팽히 맞서면서 국회 파행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는 모양새다.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다음주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기대하던 민주당 내부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다 못한 바른미래당 측은 이른바 '동물 국회'라는 오명을 남긴 데에 두 당 모두 잘못이 있는 게 아니냐며 국민에 대한 예의로 서로 사과하라는 제안을 내놨다.
자리를 마련한 바른미래당 이동섭 원내수석은 "빨리 국회를 정상화해서 패스트트랙 등 모든 안건을 이제는 국회 내에서 상의해야 하지 않겠냐"면서도 "빨리하자고 독려는 했지만 양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 민주당, 강효상 고발…새 변수 되나?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한미 정상 통화내용을 공개한 강효상 의원을 직접 검찰에 고발하고 나서면서 앞으로 협상의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24일 오후 강 의원을 외교상 기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 법률위원장인 송기헌 의원 등이 고발장 제출에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5월 말 일본 방문 직후 한국에 들러 달라고 전화로 제안했다는 내용을 강 의원이 언론에 공개해 3급 기밀을 누설하고 외교 관례를 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당 지도부는 강 의원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정당한 의정활동을 벌인 것이라고 두둔하면서, 청와대와 민주당에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아직은 고발을 취하하라는 요구를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주말이 지나고 다음 주쯤에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어떤 식으로든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