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안전문)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모(19)군의 3주기를 맞아 열린 추모제에서 사고 현장에 헌화와 함께 샌드위치가 놓여 있다. (사진=이은지 수습기자)
지난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안전문) 사고로 숨진 정비용역업체 직원 김모(19)군의 3주기를 사흘 앞두고 노조와 시민단체가 추모제를 열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는 25일 오후 2시부터 구의역 앞에서 추모제를 열고 고인의 넋을 기렸다.
김군과 함께 스크린도어 정비사로 근무했던 서울교통공사노조 임선재 PSD지회장은 추모의 편지를 읽으며 그리움을 표했다.
임 지회장은 "3년 전 네가 허망하게 떠난 뒤 세상은 더디게나마 조금씩 변하고 있다"며 "이윤보다 생명과 안전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노동자들은 정규직이 돼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명과 안전이 우선시되고 현장의 모든 차별이 없어지는 환경을 만드는 게 너를 진정으로 추모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추모제에서는 지난해 12월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목숨을 잃은 故김용균씨 등 이어진 청년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변한 것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공운수노조 최준식 위원장은 "2년 만에 스크린도어 사고가 70% 감소한 것은 스크린도어 업무가 정규직으로 전환돼 나타난 결과라고 본다"면서도 "지하철 현장을 벗어나보면 또다른 '김군'들이 계속 외주화된 고용 형태로,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특히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대해 "28년만에 법이 개정됐지만 (도급승인 대상에서 빠진 업종에 속하는)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 김용균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은 마련되지 못했다"며 "산업현장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등 모든 종류의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당시 사고가 발생했던 구의역 9-4 승강장 앞에는 시민들의 헌화도 이어졌다.
승강장 앞 수북이 쌓인 국화꽃 옆에는 "이제는 천천히 먹어"라는 내용의 메모가 붙은 샌드위치와 김밥도 눈에 띄었다. 3년 전 김군의 가방에서 유품으로 발견된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기억하는 이들이 남긴 것이었다.
추도식을 지켜보고 헌화에 참여한 대학생 채유빈(23)씨는 "구의역 김군과 김용균씨 모두 비정규에 청년이라 내 일처럼 느껴지는 마음"이라며 "문제가 터지면 그 부분 하나만 고쳐지고, 다른 부분은 똑같은 이런 상황이 많이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