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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금융시장·저금리 장기화에 갈 곳 잃은 돈 1천조 육박

금융/증시

    불안한 금융시장·저금리 장기화에 갈 곳 잃은 돈 1천조 육박

    • 2019-05-26 08:25

    부동자금 4개월새 45조원 증가…부동산 시장 냉각에 증시 부진 영향
    '리디노미네이션' 설에 불안심리 자극해 금·달러 사재기도

     

    시중 부동자금이 최근 4개월 사이 40조원 이상 늘어나면서 1천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로 가뜩이나 유동성이 풍부해진 상황에서, 올해 들어 미·중 무역 전쟁으로 국내외 경제 상황이 불안정해지자 시중 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 규제로 얼어붙었고 증시 역시 최근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단 시장 상황을 관망하자는 대기성 자금은 계속 쌓이고 있다.

    정부가 화폐 단위를 바꾸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한다는 루머가 돌면서 대중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기도 했다. 일부는 이에 금이나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을 도피처로 삼았다.

    26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부동자금의 규모가 지난 3월 현재 982조1천265억원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현금통화가 106조4천468억원, 요구불예금이 233조5천258억원,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은 539조2천73억원, MMF는 53조3천250억원이었고, 금융투자협회가 통계를 내는 CMA 잔액은 49조6천216억원이었다.

    부동자금은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그해 11월엔 937조4천489억원까지 감소했으나 이후 반등하며 4개월 만에 44조6천776억원 늘었다.

    이런 추세는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부동자금인 MMF를 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의 MMF 잔액은 3월말 19조6천41억원에서 이달 22일 현재 20조6천709억원으로 1조원 이상 불어났다.

    CMA 잔액은 3월말 49조6천216억원, 4월말 50조9천205억원, 이달 22일 51조1천222억원으로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여 두달도 안 돼 1조5천억원가량 늘었다.

    부동자금이 증가하는 것은 돈이 갈 곳을 찾지 못해서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뜨거웠던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9·13 대책과 연이은 대출 규제로 급랭한 탓이 컸다.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작년 10월 9만3천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줄어 지난달 5만7천건으로 주저앉았다.

    '돈 없으면 빌려서라도 집 사자'는 분위기도 누그러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신용은 올 1분기에 3조3천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계신용이 작년 1분기 17조4천억원, 2분기 24조1천억원, 3분기 21조5천억원, 4분기 22조8천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현저히 둔화했다.

    증시도 맥을 못 추기는 마찬가지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240선을 웃돌았다가 중순 이후 내리기 시작해 최근 들어 2,040선까지 추락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지난달 760선을 돌파했지만 현재는 700선을 밑돌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유튜브 등을 통해 리디노미네이션 이야기가 퍼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급기야 금과 달러화 사재기가 시작됐다. 주요 시중은행에서 이달 들어서 골드바가 100억원 어치 넘게 팔렸다. 올 1~3월 골드바 월 판매액은 20억∼30억원에 불과했다.

    주요 시중은행의 달러 정기예금도 4월 한 달에만 2억달러 증가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자금이 늘어난 데 대해 "주식시장이 불안정하고 리디노미네이션 이야기도 나와 투자자들이 불안해진 데다가 저금리가 계속됐기 때문"이라며 "단기 부동자금은 일반적으로 금리가 높으면 줄지만 저금리 때문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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