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공식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하면서 보건당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WHO 회원국으로서 WHO의 결정에 따라 국내 질병분류체계에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게임중독을 새로운 질병으로 채택한 WHO 결정에 따라 국내에서도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기 위한 절차작업에 착수한다.
이를 위해 보건당국은 관련 의학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해 의학적, 공중보건학적으로 게임중독 개념을 정립하고 실태조사를 거쳐 유병률 등을 살펴보고, 구체적 진단기준을 마련하는 등 체계적 관리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신종 감염병이나 질병이 등장하면 보건당국이 반드시 밟아야 하는 통과의례다.
홍정익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새로운 질병 등장에 따라 보건당국으로서 역학조사를 통해 게임중독의 실태를 파악하고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게 대책을 차근차근 세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WHO는 게임중독 판정 기준을 지속성과 빈도, 통제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만들었다.
게임 통제 능력이 손상되고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러한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지속하는 게 12개월 이상 지속하면 게임중독으로 판단하게 된다.
증상이 심각하게 드러날 때는 12개월보다 적은 기간에라도 게임중독 판정을 내릴 수 있다.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했지만 당장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각 회원국이 준비할 수 있게 유예기간을 두고 2022년부터 발효된다.
국내에서는 게임중독이 공식 질병으로 분류되기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질병코드에 넣으려면 과학적 조사와 전문가 자문, 연구용역을 거쳐야 하고, 유사증상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 중독이나 스마트폰 중독 등과의 상관관계도 살펴봐야 한다.
무엇보다 통계청의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체계'(KCD.질병과 사망원인)에 게임중독이 들어가려면 5년 주기 개정 시점인 2025년에야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르면 2026년에야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공식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게임중독을 두고서는 시각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등 사회적 논란이 분분하다.
자녀의 게임중독을 걱정하는 학부모단체와 교육계, 시민단체 등에서는 게임중독을 경계하고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만, 게임업계는 게임을 죄악시하는 과도한 조치라면 반발하고 있다.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지정을 강력하게 규탄하면서 국내 도입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준비위는 "질병코드 지정은 UN 아동권리협약 31조에 명시된 문화적, 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이며, 미국 정신의학회의 공식 입장과 같이 '아직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갑론을박이 심한 상황을 고려해 보건당국은 게임산업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는 물론, 시민사회단체, 학부모단체, 게임업계, 보건의료 전문그룹, 법조계 등이 모두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6월 중 추진, 게임중독 질병 지정을 둘러싼 여러 사회문화적 논란들을 조정하고 합의점을 도출하도록 힘쓸 방침이다.
다만, 보건당국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더라도 진단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면, 모호한 기준 때문에 단순히 게임을 많이 해서 사용 장애를 겪는다고 불안해하는 등의 불필요한 걱정을 덜어줘 오히려 게임산업 발전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