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계산법' 전환을 요구하며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근 가운데 미국은 행정부 내 강온기류가 충돌하며 현 교착국면의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
일본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트위터 글에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대해 사실상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최근 군사행동에 대해 "북한이 작은 무기들을 발사했다"면서 "이것이 나의 사람들 일부와 다른 사람들을 거스르게 했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김 위원장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확신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나의 사람들 일부'는 볼턴 보좌관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요일 아침 외국 땅에서 자신의 국가안보보좌관을 반박했다"며 "직접적인 질책"이자 "볼턴을 약화시키려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앞서 일본에 입국한 볼턴 보좌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유엔 결의안은 북한에 대해 모든 종류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면서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북한의 이번 군사행동에 대해 유엔제재 위반이라고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하루 만에 진화에 나선 것은 북한을 필요 이상 자극하는 것을 막기 위한 데에 1차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두 차례 군사행동에도 "신뢰 위반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애써 파장을 축소해온 마당에 직속 핵심 참모의 발언 때문에 판 자체가 깨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트위터의 내용과 '공개 면박'이라는 형식 면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관계는 이미 크게 틀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은 최근 몇주간 여러 이슈에 대해 불협화음을 보였고 최근에는 마찰이 공공연하게 노출되는 수준이 됐다"고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이 전날 기자들에게 북한 미사일 발사가 유엔 결의안 위반이라고 말한 것도 돌출성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작심발언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이는 미 국무부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에 열려있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면서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합의한 새로운 미북관계 수립,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이루려는 의지가 확실하다"고 밝힌 지 하루 남짓 만에 나온 반응이다.
미 국무부는 특히 "미국은 이 목표를 향한 동시적·병행적(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 진전을 이뤄내기 위해 북한과 건설적인 토론을 할 준비가 돼있고 북한 측을 협상장으로 초대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동시적·병행적' 접근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북측 요구에 맞춰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줬다.
이는 또, 최근 미국을 방문한 정세균 국회의장 등 여야 의원들이 북핵 문제에 대한 미 의회의 기류가 단계적 해법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 것과도 맥락이 닿아있다.
뿐만 아니라 한미 양국은 다음 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과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1주년을 계기로 국면 전환을 꾀하기 위해 대북 메시지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볼턴 보좌관의 강경 발언이 상황을 일거에 악화시키는 것은 우리 정부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매우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베네수엘라와 이란에 이어 북한으로까지 전선을 넓히는 것이 내년 재선 전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 언론들은 볼턴 보좌관이 이란과 베네수엘라 문제를 놓고 초강경 대응을 주도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고 보도해왔다.
만약 이번 일을 계기로 볼턴 보좌관의 입지가 좁아질 경우 북미 간 협상의 교착국면 해소에는 어떤 식으로든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