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구가 재개발지역 내 길고양이 구조와 중성화사업(TNR)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사진은 철거 예정지역에 서식하는 길고양이.(사진=동물문화네트워크 제공)
부산의 한 기초자치단체가 동물보호단체와 함께 위험에 처한 재개발 예정 지역 길고양이 보호에 선제적으로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4천300여세대 대규모 아파트 조성 사업이 진행 중인 부산 동래구의 한 재개발 예정 지역.
현재 기존 주민들은 거의 이주를 마쳤고, 오는 7월부터 대규모 철거 작업이 시작될 계획이다.
이주가 한창이던 지난달 말, 관할인 동래구청에 동물문화네트워크 등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민원이 접수됐다.
해당 재개발 지역에 길고양이가 수십마리 이상 서식하고 있어 철거가 시작되면 자칫 큰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해운대 등 다른 재개발 지역에 남겨진 길고양이들이 위험에 처하거나 다치는 등 큰 피해를 입어 논란이 된 사례도 있었다.
민원을 접수한 동래구청은 동물보호단체와 2차례 회의 끝에 길고양이 구조에 예산을 포함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부산 동래구가 재개발지역 내 길고양이 구조와 중성화사업(TNR)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사진은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이 철거가 예정된 지역에서 활동하는 모습.(사진=동물문화네트워크 제공)
매년 진행되는 길고양이중성화사업(TNR) 예산을 활용해 재개발 지역 내 길고양이를 중성화한 뒤 다른 지역으로 안전하게 이주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지역 주택조합에도 길고양이 등 동물보호에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조만간 관련 내용을 안내하는 현수막도 붙일 예정이다.
동래구청 관계자는 "기존에 확보한 예산 6천만원 안에서 중성화 비용을 지원하고 이주 등에도 적극 협조할 방침"이라며 "이미 해당 재개발 조합에 협조 요청을 했고 동물보호단체와 논의해 사업 추진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청 지원에 힘입은 동물문화네트워크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캣맘'들과 함께 구체적인 구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정확한 개체 수를 파악한 뒤 길고양이들을 이주시킬 장소를 확정하는 대로, 이르면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구조작업을 진행한다.
동물문화네트워크 최정우 대표는 "현재 지역 캣맘들 도움으로 길고양이를 철거 예정 지역 외곽으로 조금씩 유도하고 있다"며 "정확한 개체 수를 파악한 뒤 이주 장소를 정하면 중성화를 포함해 본격적인 구조 작업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할 지자체가 이처럼 길고양이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이번 사업이 재개발 지역에 남겨진 동물보호에 민관이 힘을 합쳐 선제적으로 대응한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동래구의회 천병준 의원은 "애초 예산이 문제가 될뻔했지만, 매년 시행하는 TNR 사업 예산을 활용하기로 하면서 길고양이가 위험에 처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게 됐다"며 "지자체가 민간과 협력해 동물 보호에 앞장선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