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정권인수위 없이 출범한 현 정부 청와대 초대 인사수석으로 1기 개각과 집권 중반기 국무위원 교체 등의 인사·검증 업무를 수행한 조현옥 인사수석을 교체한 것은 집권 중반기를 맞아 공직 분위기를 새롭게 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임 인사수석에 '법무법인 부산'에서 함께 변호사로 활동했던 '27년 지기' 김외숙 현 법제처장을 임명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빅4'로 분류되는 국세청 수장에 김현준 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승진 내정하고, 행정부 발의 각종 법안과 시행령, 그리고 대통령령과 장관 고시 등을 확정하기 전 내부 검토를 거치는 법제처장에 김형연 전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을 임명하는 등 향후 국정운영의 동력을 살려가기 위한 진용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부처 일부 인사들의 출마 선언이 예상되지만, 지난 23일 정부 9개 부처 차관 교체 인사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집권 중반기를 이끌 인사 교체 수요를 이번에 마무리하고 국정운영에 힘을 싣겠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조현옥 수석은 초대 인사수석으로 그간 야권의 집중 포화를 받아왔다.
그는 정권인수위 없이 출범한 현 청와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정권초기 안경환 법무부·조대엽 고용노동부·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들이 1기 내각 구성 '유탄'을 맞으면서 책임론이 거세졌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강경화 외교부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위장전입 시비에 휘말리자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나서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 얽힌 사연이 다 다르듯 논란이 되는 후보자들의 내용도 들여다보면 성격이 다르다"며 인사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조 수석은 올해 3·8 개각 당시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고, 자진 사퇴 형식으로 낙마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역시 국민눈높이에 맞지 않은 인사검증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조 수석의 '퇴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어질 정부 부처 장·차관과 청와대 내부 인사 출마 과정에서 더 이상의 '부실 검증' 부담을 떠안고 가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김외숙 신임 인사수석.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문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정국안정과 함께 친정체제 강화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과 김외숙 신임 인사수석의 인연은 27년 전인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9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 신임 수석은 연수원 졸업 후 부산에 있던 당시 문재인 변호사를 찾아가 "노동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당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당선으로 부산을 떠나 있었지만, 영남권에서 인권과 노동 분야 변호사로 활동하던 두 사람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직접 찾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법무법인 부산의 구성원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부산 지역에서 노동 인권 변호사로 성장했고, 문재인 정부 초대 법제처장까지 올랐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을 지낸 김형연 전 비서관이 법제처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눈에 띈다.
김 신임 법제처장은 법원 내 대표적인 진보·개혁 성향 소장파 판사 출신으로 2017년 2월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가 일선 판사들의 학술행사 축소를 위해 개입했을 당시, 해당 행사를 주최한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를 맡아 거세게 항의하는 등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 시절 신영철 전 대법관이 촛불시위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때는 신 전 대법관의 용퇴를 촉구하는 첫 실명 글을 법원 내부망에 올리기도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해 추진한 개헌안 마련에 깊이 관여하기도 했다.
청와대 인사수석과 법제처장 자리는 주요 국면의 인사와 법률 검토를 주 업무로 하는 만큼, 현 정부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지만, 이번 인사를 놓고 '측근인사', '회전문 인사' 등 야당의 비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외숙 신임 인사수석은 '법무법인 부산'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오래 일했지만 인사 업무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 그리고 현직 판사 신분으로 사표를 내고 곧장 청와대에 입성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김형연 전 비서관 역시 신임 법제처장으로 사실상 '영전'했다는 점 등에서 야당의 파상공세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의 명함만 바꿔주는 '돌려막기 인사', '회전문 인사'가 또 다시 반복됐다"며 "혹시나 중고 인물의 등용으로 분위기 쇄신을 노린 것이라면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다"고 혹평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논평에서 "반환점을 향하는 문재인 정부가 진정 지난 과오를 인정한다면, 조현옥 인사수석만이 아니라 조국 민정수석을 교체해 진정으로 인사 혁신을 꾀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결국은 결과로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리고 청와대에서 인사를 한 분들이 얼마만큼의 성과와 결실을 맺는지에 따라 국민들께서 직접 평가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