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점차 총선 모드로 전환되면서 보수진영의 잠룡급 출마 대상자들의 동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총선에서 발판을 마련해야 대선까지 꿈꿔볼 수 있는 공통된 입장이라 쟨 걸음의 속도 역시 빨라질 전망이다.
잠재적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은 황교안 대표의 '인재영입' 발언과 맞물린다. 황 대표는 지난 24일 서울지역 당협위원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들 주자들의 출마 여부는 황 대표의 이해관계 등과 복잡하게 맞물릴 전망이다. 대선 직행 가능성이 큰 황 대표로선 건전한 경쟁이 가능한 당내 러닝메이트가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자칫 총선을 통해 새 인물이 등장하면 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때문에 한국당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수도권 등지에서 험지 출마가 가능하면서 대권가도에 위협이 덜한 인물들이 전략공천 대상자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당 밖에 있는 인물들의 경우 독자적인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김병준, 내달 4일 귀국…非朴 주자들 연합 가능성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다음 달 4일 미국 체류를 끝내고 귀국할 예정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4월 출국한 뒤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서부 지역에서 머무르면서 가족사를 다룬 자서전을 집필했다.
귀국 뒤에는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 활동의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인다. 귀국에 앞서 김 전 위원장은 김용태 의원 등과 네팔을 방문, 산행을 함께 하며 향후 정국에 적용할 정책들을 구상했다고 한다.
출마 가능 지역으로는 일단 고향(경북 고령)인 대구‧경북(TK)을 중심축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 모교인 영남대에서 강연도 예정돼 있다. 이럴 경우 TK 맹주를 자처하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와 경쟁구도가 생겨날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의 등장으로 황 대표 당선 이후 사분오열 된 비박계가 결집할 가능성도 있다. 당 관계자는 28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가 김 위원장뿐만 아니라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무성 의원까지 껴안고 강력한 반문연대를 구축하는 것이 다음 총선에서 바람직한 구도"라고 설명했다.
오 전 시장의 경우 출마 희망 지역인 서울 광진을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최근 열린 한국당의 광화문 장외집회에도 네 차례 참석했다. 지역구 당원을 모집하는 등 표밭 다지기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현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를 벗어나 서울 험지에서 출마할 수 있다는 얘기가 측근들로부터 나온다.
◇ 원희룡 측 "보수의 새 판 고민", 이언주‧정운천‧홍정욱 최고위원 영입說
원희룡 제주지사. (사진=윤창원 기자)
한국당 바깥에선 무소속 신분인 원희룡 제주지사의 복당, 이언주(무소속)‧정운천(바른미래당) 의원의 한국당 입당, 홍정욱 전 의원의 정계복귀 등의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
원 지사의 경우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뒤 "1년 동안 도정에만 몰두하겠다"고 했던 발언이 회자되고 있다. 당선 뒤 1년이 지난 6월부터 활동 재개를 희망하고 있다는 말이 측근들로부터 제기된다.
원 지사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치적 세력화 혹은 한국당 입당 같은 적극적인 행보 가능성은 아직 너무 나간 얘기. 한국당이 개혁돼야 하는 지점이 더 남아 있다"면서도 "보수의 새 판, 앞으로 보수진영이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주변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지명할 수 있는 1명의 최고위원 후보로 이‧정 의원과 홍 전 의원 등도 거론된다. 이 의원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패스트트랙 강행 방침에 반발해 탈당한 뒤 무소속 신분이다. 정 의원은 한국당으로선 험지 중의 험지인 호남 지역구(전북 전주을)를 지렛대로 복당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이들에 비해 한동안 정치권을 떠나 있었던 홍 전 의원의 영입이 더 참신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한국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이럴 경우 홍 전 의원은 차기 주자 자리를 놓고 황 대표와 경쟁하는 인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