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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그들은 왜 연예인에 악플을 다는가

    사이버 폭력으로 진화한 '악플'…발생건수·경험률 모두 증가세
    전문가들 "악플러, 사회에 대한 박탈감 분노 등을 악플로 보상 받으려 해"

    걸그룹 카라 출신 구하라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지난 26일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전해지며 대중에게 충격을 줬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의식불명 상태로 알려진 구하라에 대중들은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다행히 28일 구하라는 의식을 되찾고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하라의 극단적 선택 원인은 아직 확실하지가 않다. 다만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전 남자친구와의 분쟁 과정에서 불법촬영, 폭행, 협박 등의 피해를 겪으며 힘든 나날을 보냈고, 이는 그에게 있어 큰 마음의 상처로 자리잡기에 충분했다.

    팬들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올린 SNS도 이유 없는 악플 등 인신공격으로 얼룩졌다. 앞서 벌어진 '안검하수'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은 구하라의 마음을 갉아먹었고, 결국 극단의 상황으로 몰고 간 것으로 보인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도 넘은 악플, 상처 입는 사람들

    연예인을 향한 도 넘은 악플은 비단 어제 오늘일 만은 아니다. 온라인상에 올라오는 기사와 게시글 속 익명 뒤에 숨어 자판을 두드리며 악담을 던지는 이들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있어 왔다. 이는 연예인이나 유명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피해자다.

    악플은 이에 멈추지 않고 '사이버폭력'으로까지 진화했다. 더이상 방관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다다른 것이다.

    경찰청이 제공한 '2018 사이버 위협 보고서'를 보면 악플로 대변되는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범죄는 2018년 기준 1만 5926건으로 전년 1만 3348건에 비해 약 20% 정도 증가했다. 특히 대다수 일반인들이 악플이나 사이버 모욕에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상황을 감안하면 실제 수치는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조사한 '2018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의 사이버폭력 경험률은 32.8%로 전년대비 6.8%포인트 증가했다.

    '사이버폭력' 발생 건수와 경험률 모두 증가 추세인 것이다. 일반인 또한 3명 중 1명이 사이버폭력을 경험했다고 하다. 이러한 사이버폭력의 칼 끝이 대중에게 잘 알려진 유명인들에게 많이 쏠려 있다고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연예인들도 악플 등 사이버 폭력에 더이상 참지 않고 강경 대응에 나선지 오래다.

    연예인들은 최근 불거지는 사회 이슈 등과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 모욕 등 사이버 폭력에 '선처' 없는 고소로 강경 방침을 취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사이버 폭력은 확산 가능성이 높고 내용 또한 자극적이다. 따라서 현재 이러한 현실이 반영돼 온라인상의 명예훼손은 일반 명예훼손보다 가중처벌 된다.

    명예훼손과는 별개로 모욕죄 같은 경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또 수위도 낮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상 모욕죄를 일반 모욕죄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가해자를 더욱 강하게 처벌한다손 치더라도, 이미 상처를 받은 피해자들의 마음의 흉터는 사라지지 않는다. 악플이 사라져야 될 이유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악플러는 왜 악플을 달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악플을 다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사회에 대한 부정적 감정, 분노, 박탈감 등을 보상 받고 이를 과시하려는 심리가 기저에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온라인상에 자신의 분노, 비난의 감정 등을 쉽게 올릴 수 있고, 이러한 것들을 올려도 자기 자신이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 찌꺼기를 퍼부으며 해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 자신이 악플 등 부정적 의견을 내비치더라도 익명성에 의해 신분이 드러나지 않아 더 과감해진다는 뜻이다.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임명호 교수 또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임 교수는 "세상에서 좌절당한 경험을 토대로 상실감이나 박탈감 등 피해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보상심리처럼 관심받으려는 행동"이라면서 "또 일부 소수의 선동가들이 악플을 올리면 이를 퍼나르고 (그들의) 집단에 동조함으로써 나도 힘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두 교수는 또 인터넷의 빠른 확장성에 기인한 대중들의 군중심리에 주목했다.

    곽 교수는 "오프라인상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쉽지 않지만, 온라인상에서는 그렇지 않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상황 속에서 (악플을 통한 비난의) 군중심리가 적용되면 극단적으로 과격해지기 쉽다"고 밝혔다.

    나만 악플을 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비난과 부정적 글을 올리는 상황 속에서 안도감을 얻고 도를 넘은 수위로까지 악플이 확장된다는 얘기다.

    임 교수는 악플을 다는 군중들 외에도 다수의 침묵하는 방관자들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 마치 악플을 퍼나르고 올리는 사람들이 옳은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이는 다수의 침묵하는 방관자들의 영향이 있다고 본다"면서 "다수의 침묵하는 방관자들이 반박 글을 달며 반대 의견을 노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악플을 올리는 당사자, 즉 선동가와 이를 사실인 양 퍼나르며 비난하는 군중들. 그리고 이를 침묵하는 다수의 방관자들이 어우러져 온라인상 악플 무법지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악플이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사이버 폭력으로 까지 진화했지만, 현재까지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모든 전문가들이 '대중들의 성숙한 인터넷 문화'가 악플로 파생되는 피해의 근본 해결책이라고 밝히지만, 이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요원한 일이다.

    이와 관련 두 교수는 일련의 해결책으로 '더욱 강력한 처벌 등 법적 제재' '인터넷 실명제' '포털 등에서의 자체적인 강력한 자정장치'를 제안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치들 역시도 악플을 해소하는 근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두 교수는 말한다.

    미봉책에 불과할지라도 실정법에 근거한 해결법이 하루속히 마련되고, 보다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마련하기 위한 대중들의 적극성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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