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2009년 '장자연씨 사망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이 그해 제43회 청룡봉사상을 받은 사실을 공식 시인했다. 해당 경찰관은 "장자연팀에 소속돼 있지 않았고 수사를 한 적이 없다"며 거짓 해명을 한 것으로 밝혀져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언론과 정치권에서 지속해서 제기한 의혹에 대해 경찰이 처음으로 시인한 것이어서 장자연 사건과 청룡봉사상을 둘러싼 의혹이 일파만파 커질 전망이다.
◇경찰, 10개월 만에 '청룡봉사상 수상 경찰 장자연 팀에 있었다' 확인
(사진=청룡봉사상 홈페이지 캡처/자료사진)
3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실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009년 청룡봉사상을 받은 A 경위(당시 경장)가 장자연 수사팀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근 홍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에서 "A 경위가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으로 당시 '고(故) 장자연 사건' 수사팀에 포함, 수사 활동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경찰은 그간 CBS 보도로 제기된 장자연 사건과 청룡봉사상 관련 의혹에 오랜 기간 침묵을 지키다가 청룡봉사상 관련 여론이 악화하자 A 경위가 장자연팀에 소속돼 있었다는 점을 이번에 최초로 인정했다.
다만, 경찰은 A 경위가 참여한 수사 활동이나 관련 수사 기록은 공개하기 어렵다면서 "수사기록 일체를 검찰에 송치해 A 경위가 작성한 수사 자료 등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복수의 사정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A 경위는 당시 장자연 사건 관련 대규모 수사팀이 꾸려진 직후인 2009년 3월 수사팀에서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
TV조선 방정오 전 대표가 참고인 조사를 받은 시점이 4월15일,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시점이 4월23일이다. A 경위는 그로부터 약 두 달 뒤인 6월17일 방상훈 사장이 주는 청룡봉사상을 받고 1계급 특진했다.
전국 수많은 경찰들 중 한해 4~5명이 뽑히는 청룡봉사상에서 조선일보 사주가 연루된 장자연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청룡봉사상을 타고 특진한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드라마틱한 장면이다.
◇ "장자연 수사 한 적 없다"는 A 경위, 왜 거짓말 했을까?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A 경위의 거짓 해명도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A 경위는 지난해 7월 민갑룡 경찰청장의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홍익표 의원의 질의로 의혹이 최초로 불거진 이래, 이를 확인한 CBS의 단독보도가 나가고 최근까지도 "장자연 수사를 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다.
A 경위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나는 장자연 수사팀에 속하지 않았다"며 "나는 경기청 광수대 소속이었다는 것밖에 없다. 조폭 검거 공적으로 상을 받아 특진한 것"이라고 장자연 수사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A 경위의 이같은 해명이 거짓임이 드러나면서 조선일보와 경찰 유착에 대한 의심도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그가 왜 장자연 사건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발뺌했는지, 청룡봉사상을 지원하게 된 계기와 심사 경위에 대한 의문점도 커진다.
한편, 경찰청은 그동안 유지해온 상 강행 방침을 전면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21일 청룡봉사상의 조선일보 심사와 특진 제도를 유지하고, 시상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가 여론과 시민사회단체, 역사학계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