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차관 의혹의 핵심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지난 22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29일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사건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한상대 전 검찰총장 등 전직 검찰 간부들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촉구해 파장이 예상된다.
과거사위는 조사 결과 "건설업자 윤씨가 다수의 법조계 관계자들과 교류, 접대한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이번 사건을 '윤중천 리스트'라고 불러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윤갑근 전 고검장, 박모 전 차장검사 등 3명을 유착 의혹 대상자로 특정했다.
과거사위는 이들을 둘러싼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당사자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과거사위는 한 전 검찰총장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당시는 윤씨가 이른바 '한방천하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중 중앙지검장 앞으로 진정서를 냈다"며 "진정서의 요구사항대로 수사 주체가 변경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씨가 한 전 검찰총장에게 수천만원의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 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서나 녹음 형태로 남아있지 않다고 밝혀 향후 수사로 나아간다면 윤씨의 진술 신빙성을 두고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윤 전 고검장에 대해서는 수차례 골프 및 식사를 같이했다는 진술과 정황이 확인됐다면서 윤씨 관련 사건을 부적절하게 지휘했을 가능성 등을 지적했다.
윤 전 고검장이 2013년 1차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로서 특수강간 고소사건, 무고 사건의 최종 결재자였고, 2014년 2차 수사 당시엔 대검찰청 강력부장으로 수사 담당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를 지휘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윤 전 고검장은 과거사위 발표 후 기자단에 입장문을 보내 "윤씨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골프를 치거나 별장에 간 사실은 더더욱 없다"며 "따라서 윤중천 관련 사건을 부당하게 처리한 사실이 있을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런 사실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조사단과 과거사위에서 수사 당시 결재권자로서 윤씨와 유착돼 사건을 봐준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조사단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할 계획을 밝혔다.
한 전 검찰총장도 제기된 의혹을 부인하면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사위와 한 전 총장 등 당사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린 가운데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법무부 검찰과거사위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과거사위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검토한 뒤 수사 개시 여부를 검토하겠단 입장이다.
수사단 관계자는 "보고를 받은 대검찰청이 사건을 수사단에 넘길 경우 조사 기록과 근거자료를 검토해 수사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거사위는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 외에 윤씨가 제작한 추가 동영상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최소 5명의 추가 피해자를 확인했다며 성관계 동영상을 이용해 다수 피해자에게 돈을 뜯은 혐의(상습공갈 혐의)로 윤씨를 추가 수사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검사의 직무 관련 범죄를 엄정히 수사·기소할 수 있는 제도'로서 '공수처' 설치를 위한 입법적 논의에 법무부와 검찰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과 성역 없는 검찰의 엄정 수사, 검찰 결재제도 점검 및 제도개선, 성범죄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률개정 착수 등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