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양정철(왼쪽) 신임 원장과 자유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김세연(오른쪽) 원장(사진=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양정철(55) 원장 취임 이후 총선을 정조준하고 전열강화에 나선 가운데, 자유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경우 조만간 존재감을 과시할 채비를 하고 있다.
'문의 남자'로 불리며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양 원장은 지난 13일 민주연구원이 '총선 병참기지'가 되겠다고 자처한 뒤 취임 2주 동안 파격적인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취임 직후에는 싱크탱크 원장으로는 이례적으로 문희상 국회의장을 독대 예방한 데 이어 서훈 국정원장과 따로 만난 모습이 언론에 포착돼 주목을 받았다. 본인은 '사적 만남'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야권에서 '공천 개입'의도라고 주장하며 국정원장 사퇴를 요구할 정도로 견제를 받고 있다.
당에서도 부원장으로 재선 출신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김영진·이재정·이철희 등 현역 의원 3명, 당연직 부원장인 당 전략기획위원장에 정치기획 전문가 이근형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를 임명할 정도로 양 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반면 한국당 여의도연구원은 아직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고 있다. 지난 3월 취임한 김세연(47) 원장은 3선 현역 의원이지만 당내에서는 비주류로 분류된다.
부원장 5명 가운데 현역도 송언석 의원 1명으로 민주연구원보다 적다.
김 원장은 29일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대통령 복심이라고 하는 여당 주류 '핵인싸'와, 황교안 대표와 면식도 없던 야당 비주류 핵아싸인데 비교가 원천 불가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인싸는 인사이더, 즉 조직 내 주류를 뜻하고, 아싸는 아웃사이더, 즉 비주류를 뜻하는 신조어다.
김 원장에 따르면 여의도연구원은 총선 대비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민주연구원과 달리, 정책이나 전략에 있어 새로운 접근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이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이 과정에서 당의 지지층이 극심한 불균형 상태에 있다고 보고, 수도권이나 젊은 세대 쪽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는 판단이 나왔다. 합리적인 정책이나 메시지를 내도 기존에 깎인 이미지로 인해 왜곡이 발생하고, 결국 '소음'으로 들리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에 반응한 것이다.
김 원장은 "한국당이 이대로는 집권하기 어렵고 집권해도 제대로 국정을 운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절박감이 있다"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한국당에서도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나아가 대화의 대상, 응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결정 권한이 실질적으로 가장에게서 아내나 자녀들로 넘어간 시대에서 가부장적 사고로 세상을 재단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며 "그런 부분을 자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4일 오후 대전시 중구 대흥동 한 카페에서 지역 대학생들을 만나 토크 콘서트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의도연구원은 이를 위해 그동안 갈고닦은 구체적인 정책과제를 6월을 기점으로 조만간 하나씩 공개할 예정이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에게 체감되는 정책을 목표로 두고 있다.
당장 30일에는 연구원 내 '차세대 브랜드위원회'를 발족한다. 출판, 토크쇼, 현장미팅 등 당의 브랜드 이미지를 바꿀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원장 취임과 동시에 잰걸음 하며 '이슈 몰이'에 성공한 민주연구원과 달리 장거리 여정을 차근차근 밟고 있다는 여의도연구원이 그 목표대로 변화의 초석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