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발생한 유증기 유출사고 현장. (사진=충남서북부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제공)
유증기 유출사고가 일어난 한화토탈에서 노조 파업기간 투입된 직원들에게 강도 높은 근무가 이뤄진 정황이 포착됐다.
CBS는 지난 3~5월 한화토탈에서 근무한 직원들의 출퇴근기록을 입수해 살펴봤다.
먼저 유증기 유출사고가 발생한 SM공장에서 근무한 A직원의 지난달 출퇴근기록.
새벽 6시 출근, 저녁 8시 퇴근. 식사와 휴게시간을 빼고도 근무시간이 12시간에 달한다.
A직원은 이렇게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씩, 일주일을 꼬박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SM공장의 B직원은 3주 연속 주 60~70시간을 일했고 또 다른 공장의 C직원은 무려 5주 연속 주 70시간을 일했다.
최고 주 64시간까지 초과근무를 인정하는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해도,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다른 직원의 출퇴근기록도 살펴봤다.
5월 2일 공장에 들어가 4일에야 나온 D직원. 회사 안에서 숙식을 한 정황이다.
이 직원은 실제 노조가 1차 파업에 들어간 지난 3월에도 회사 안에서 숙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들어간 기록은 없고 나간 기록만 있는 직원도 있다.
한화토탈 측은 불법 초과근무에 대해 "초과한 사람이 없다고 단정지어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직원들에 따르면, 한화토탈은 이런 불법 근무행태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화토탈은 해당 직원들에게 '64시간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지급이 불가하므로 연차와 당직비로 지급'하는 안을 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사실상 공장은 멈춰 있던 정기보수기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공장 재가동 이후 노동 강도는 더 세졌을 가능성이 높다.
한화토탈은 유증기 유출사고 직후 파업 대체인력의 전문성과 숙련도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줄곧 강조하면서도, 적은 인력과 장시간 노동에 대한 우려는 숨기지 못했다.
지난 20일 서산시청에서 열린 관계기관 대책회의 당시 윤영인 한화토탈 공장장은 대체인력에 대해 "관리자들이나 경험이 많은 직원들"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인원수가 적어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더 필요한 부분에 대한 염려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강도 높은 근무가 누적돼 이뤄졌고, 이번 유증기 유출사고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이뤄진 정기보수 결과가 평상시와는 달랐다는 말들도 나온다.
한 직원은 "SM공장을 비롯해 3곳의 공장에서 스타트업(재가동)을 하는 과정에서 가동 실패가 있었고, 한 공장의 경우 가동은 됐으나 스펙 이하의 제품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화학공장의 스타트업은 그 자체로도 어려워 한 번에 원활하게 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이렇게 여러 공장에서 동시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화토탈은 "스타트업이 당초 예정보다 1~2주가량 늦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가동 실패에 대한 것은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화토탈은 또 "직원들의 근무 강도를 가능한 한 줄여주기 위해 정기보수 계획 가운데 안전점검이 아닌 설비 업그레이드 등 생산능력을 향상시키는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가 손실을 감수하고 확 줄였다"고 해명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초과분에 대한 보상과 별개로 64시간을 초과했으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며 파업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파업 자체가 회사의 정상 운영을 저해해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노조의 쟁의행위인데 회사가 남은 인원으로 무리하게 가동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