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침몰 사고 '유람선과 크루즈선'(사진=연합뉴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일어난 불행한 사고는 운항을 하면서 뒷 배와 통신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교각이 있어 피하기 어려운 곳에서 운항 문제가 있어 큰 사고로 이어졌을 겁니다"
한국관광유람선업협회 김진만 회장은 31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29일(현지시간) 일어난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 사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유람선 업계 종사자이자 한국관광유람선업협회 회장으로서 이번 사건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현지에서 공개된 사고 현장 영상을 봤다는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특히 CCTV영상을 보면 한국인들을 태운 배가 잘못 운항한 측면이 있었다. 뒤에 항로 운행 중인 크루즈선이 있는데 갑자기 선회를 하면서 교각을 통과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크루즈선이 피하지 못하고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수천톤 규모의 크루즈선이 갑자기 변칙운항을 하는 작은 선박을 피하거나 갑자기 멈춰서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얘기다. 그는 두 선박 사이 항로에 대한 통신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지적했다.
김 회장은 "우리 기준상으로는 변칙 운항을 해야 할 경우에는 뒤에 오는 배와 서로 교신을 해서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항로를 설정하도록 돼 있다. 만일 우리 관광객들이 탄 현지 배가 '우리 배가 옆쪽으로 이동하겠다'고 말한다든가 두 선박 사이 교신이 제대로 됐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로 보인다"며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또 "강 자체가 좁은 강은 아니지만 통과하는 교각이 30~40미터 밖에 안되는 것으로 보여 더 피해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 지점인 머르기트 다리 아래 강변에서 사망자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김광일 기자)
김 회장은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나라의 선박업에 적용되는 규정이 매우 엄격해졌다면서, 사고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이번 헝가리 사고가 국내 선박업까지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했다.
현대해양레저(주) 대표이기도 한 그는 "이번 헝가리 사고 이후, 어제 어린이집 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박안전체험 등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 7건(2000명)이 취소됐다. 안전체험 프로그램인데도 불안함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의 선박 안전규정은 국제해사기구(IMO)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훨씬 높은 등급의 장비를 갖춘 상태에서 안전훈련이나 운영에 대한 검사도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이번 헝가리 사고에서도 문제가 된 구명조끼 미비의 경우, 국내 선박은 이에 대해 세월호 참사 이후 훨씬 강화된 안전규정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고가 난 헝가리 다뉴브 강은 이번 사건 이전에도 비가 계속 내리는 등 기상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사고 승객들은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월호 참사 이후 객실 등 실내 공간이 없는 선박에서만 구명복을 의무적으로 입도록 강제하는 방향으로 법이 강화됐다. 만일 실내에서 구명조끼를 입었다가 선박이 좌초되면 오히려 탈출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서는 탑승 승객 수의 120%에 해당하는 수의 구명조끼를 갖추도록 돼 있다.
김 회장은 "세월호 사고 이후에는 입는 방법이나 구명조끼 위치를 표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입는 방법 등을 승무원들이 시연하도록 하고있다. 비상탈출구 위치와 방법도 자세하게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또 "1년에 4~5번의 안전점검을 하는데, 비치 여부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구명장비나 도구를 다 꺼내 기능성을 확인하는 작동테스트까지 한다. 수시점검도 2번씩 나온다. 점검 부분은 세월호 사고 이후 엄청나게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헝가리 사고에 대해 "정말 안타깝고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고가 일어났다. 우리나라는 세월호 사고 이후 큰 아픔을 겪었고, 각고의 노력으로 세계 최고의 안전설비와 훈련을 해가며 안전에 힘쓰고 있다. 최근 선박여행에 대해 불안하다고 느끼시는 분도 많을 것 같은데 선박여행 자체가 위축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