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임은정 부장검사가 31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형준 기자)
부하 검사의 고소장 바꿔치기를 알고도 징계를 미뤄왔다는 이유로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들을 고발한 임은정 부장검사(청주지검 충주지청)가 "해당 검사는 아버지인 KB 윤종규 회장의 덕을 봤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주장했다.
임 부장검사는 31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해 약 5시간에 걸쳐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임 부장검사는 조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고소장 바꿔치기 사건 이전부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있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해당 검사의 아버지인 KB 윤종규 회장 때문이라고 하면서, 전국에 해일처럼 소문이 퍼져서 알고 있는 얘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6년 고소장 사건 이전에도 (전직 검사 윤씨에 대해) 문제가 있어서 감찰을 하려고 하다가, 윤 회장이 부산지검에 다녀간 뒤로 분위기가 덮였다고 들었다"며 "아버지인 윤 회장의 존재를 부산지검에서 모르지 않았고, 자주 다녀간다는 소문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임 부장검사는 오전에 경찰 조사에 출석하면서도 "(당시 문제가 된 전직 검사 윤씨의) 사표를 수리한 것은 검찰총장의 결재가 있어야 가능하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 공범이고 최종 책임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사건을 덮었던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시효에 대해 시간을 끌고 있는 현 대검 수뇌부를 2차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라며 "재정신청 등 고발인으로서의 불복 수단을 활용해 법원에서 공소 제기 명령을 내릴 때까지 각오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19일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청주지검 차장검사 등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은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사건을 정식으로 배당하고, 이들 전·현직 검찰 간부 4명을 입건했다. 경찰이 전직 검찰 수장을 입건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검찰 간부들은 지난 2016년 부산지방검찰청에서 일했던 전직 검사 윤모(36)씨의 고소장 위조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감찰이나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은 채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는 2015년 12월 부산지검에 근무할 당시 민원인이 제출한 고소장을 분실하자, 해당 민원인의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해 임의로 바꿔치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소장을 분실하면 고소인에게 사실을 알리고 다시 받는 게 원칙이지만, 윤씨는 바꿔치기한 고소장 사본에 표지를 붙인 뒤 사건과장과 차장검사의 도장까지 몰래 찍어 공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고소인이 문제를 제기하자 윤씨는 2016년 6월 사표를 냈다. 당시 부산지검은 고소장 분실 경위와 고의성 여부, 위조 이유 등을 조사하지 않은 채 윤씨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이후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잇따랐고, 검찰은 사건 발생 2년 만인 지난해 10월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윤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 22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윤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선고는 다음달 16일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