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중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장 권한대행.(사진=이한형 기자)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2009년 1월 새벽 발생한 이른바 '용산 참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사망자 유족 등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20일 철거민 32명이 재개발 사업 관련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서울 용산에 있는 남일당 빌딩 옥상에 망루를 세우고 농성하던 중 경찰 강제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지고 3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과거사위는 실무 조사를 맡은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관련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 받은 뒤 심의한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당시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특수수사본부를 꾸리고 철거민들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혐의와 경찰관들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을 수사했다.
그 결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 혐의로 농성자 20명과 철거용역업체 7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반면 과잉 진압 논란이 제기된 경찰관들에 대해서는 진압 작전을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과거사위는 △경찰의 농성 진압과정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검찰이 소극적·편파적으로 수사했는지 여부 △수사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 △농성자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 사건 공판에서 검찰이 기록을 열람·등사하지 못하도록 거부해 의혹을 키운 이유 등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해 왔다.
특히 과거사위는 당시 수사가 기본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거나 왜곡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사진=자료사진)
당시 수사 핵심은 화재발생 원인과 책임자 규명이었는데 진상조사단의 조사를 통해서도 화재가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에 의해 발생했다고 결론 내린 수사나 재판 결과와 다른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과거사위는 당시 수사본부가 진압작전에 나선 경찰이 사전준비 등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결론 내린 것에 대해 수사 의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애초 작전은 300톤급 대형크레인과 고가사다리차 등을 동원하기로 했지만, 이를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작전이 변경, 실행된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경찰 지휘부 수사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과거사위는 당시 진압작전의 최종 결재권자인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 서면조사에 그쳤고 개인 휴대전화도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 대상에서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은 당시 이명박정부 청와대 등에서 부당하게 개입했는지를 확인하는 데 미흡한 조사가 이뤄진 원인으로도 꼽았다.
이 밖에 과거사위는 재판에 넘겨진 철거민 측이 수사기록을 열람·등사 신청했음에도 검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피고인들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법원이 결정했음에도 검찰이 따르지 않은 것은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을 더욱 확대했고, 검찰 수사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또 당시 사망 사고와 관련해 유족에게 부검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고 긴급부검을 하도록 지휘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과거사위는 사망자 유족들에게 사전통지 없이 진행된 긴급부검과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거부한 행위에 잘못을 인정하고 검찰이 유족 등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이밖에 형사소송법에 따른 영장 없는 긴급부검 지휘에 대한 검찰 내부의 구체적 판단 지침을 마련하고, 수사기록 열람·등사와 관련해서는 향후 유사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 개선과 검사 교육을 할 것을 권고했다.
수사 현장에서의 검사 구두 지휘에 대한 내용도 기록으로 남기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