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가 무더기 징계안 중 하태경 최고위원 건에 대해서만 징계절차에 착수하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송태호 당 윤리위원장은 31일 회의 결과를 밝히면서 "(하 최고위원이) 당헌‧당규를 위반한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사회적 물의를 야기했다는 것을 위원들이 다수 인정해서 절차를 밟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하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손 대표를 겨냥,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하기 때문에 끊임 없이 혁신해야 하는 것이 정치가의 숙명"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해당 발언이 '노인폄하' 논란에 휩싸이자 하 최고위원은 다음날(23일)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표현 하나하나가 정제됐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그는 이날 손 대표의 자택을 찾아 밤늦게까지 기다려 귀가하는 손 대표를 찾아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손 대표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윤리위는 이날 유승민 전 대표와 이찬열 의원, 이준석 최고위원에 대한 안건은 상정하지 않았다.
바른미래당이 내릴 수 있는 당내 징계는 제명(탈당 처리), 당원권 정지, 당직 정지, 경고 등이다. 앞서 손 대표에 대해 "찌질(지질)하다"고 표현했던 무소속 이언주 의원은 당원권한이 정지됐었다.
하 최고위원의 경우 당원권이 정지되면 피선거거권이 박탈돼 공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당직 직무정지의 경우 해당 기간 동안 최고위원 자격이 박탈된다.
손 대표 측의 구상은 당직을 정지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쪽이 5명, 손 대표 측이 4명으로 수적 열세인 상황에서 하 최고위원이 빠지면 4 대 4의 동률을 이루게 된다.
최고위원이 동률이 되면 각종 의결 사안이 표결에 붙여질 경우 최종 선택권을 당 대표가 갖게 된다. 하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만으로 당의 최고 집행기구를 장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최고위를 접수하면 그 다음 수순은 현재 최고위 내 마찰을 빚고 있는 혁신위 구성이 가능해진다.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측에선 '사퇴를 전제로 한 혁신위'를 요구하는 반면, 손 대표는 "당 대표의 사퇴를 위한 혁신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손 대표 측이 검토에 착수한 당무위원회 구성도 가능해진다. 당무위는 당헌‧당규 개정 등 전당원대회에 버금가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과거 꼼수 논란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전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당무위를 활용했었다.
손 대표로선 안 전 대표가 귀국하기 전 유리한 인적 구성으로 당무위를 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평화당과의 호남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례대표를 제명해야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합의 이혼' 협상에 앞서 안 전 대표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호남계가 비례 제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민평당의 상황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소속이면서 활동을 하지 않는 4명 중 한 의원은 "민평당 내부에서 호남 통합에서 배제하려는 지도부 인사 등 2명 정도의 의원을 제외하려 하는데, 이를 감안하면 최대한 많은 수의 바른미래 비례대표를 확보해야 정당 보조금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