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돌아오라 자유한국당, 조건없는 국회 정상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식물국회' 54일째.
국회 정상화를 두고 여야가 이번 주말까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주말까지 국회 정상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단독으로라도 임시국회를 소집할 계획이지만, 자유한국당은 더욱 반발하는 모양새다.
◇ '극적 합의' 혹은 '단독 소집'민주당은 지난달 31일까지 국회 정상화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날 여야 4당과 함께 혹은 단독으로라도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은 오히려 한국당만 자극하는 꼴이 됐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이 독단적으로 국회 소집을 하겠다는 것은 국회 정상화 의지가 아니라 일방강행 의지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만날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려 했지만,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따로 회동을 하고 이번 주말까지는 협상을 이어가기로 뜻을 모으면서 계획이 변경됐다.
그렇지만 주말 합의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
합의의 '키'(key)를 쥔 이인영 원내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호프 회동' 이후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다. 전화 통화만 몇 번 있었다고 한다.
일단 민주당은 이번 주말까지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기존 계획대로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낼 계획이다.
국회의원 제적 인원 4분의 1 이상 요구하면 임시국회를 소집할 수 있다. 민주당 의석은 128석으로, 1/4석(75석)보다 많다.
문제는 설사 민주당이 단독으로 임시국회를 소집한다고 하더라도, 여야 간 의사일정에서 합의가 안 되면 임시국회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법안을 최종 의결하는 본회의 일정부터 각 상임위원회 일정까지 합의가 돼야만, 비로소 국회 정상화가 되는 것이다 .
또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는 이달 6일쯤 국회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민주당 단독으로 임시국회를 소집하는 게 자칫 불필요한 반발만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바른미래당도 한국당의 참여가 전제된 국회 정상화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민주당의 단독 임시국회 개최가 오히려 패스트트랙으로 연대했던 여야 4당 공조가 깨질 우려도 있다.
◇ '합의 처리'와 '합의 노력' 사이애초 지난달 31일까지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국회 정상화를 담판 짓기로 했지만, 여야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회동 자체가 무산됐다.
대외적으로는 자유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사과와 철회 ▲국회 선진화법 위반 혐의 관련 한국당 의원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 종료 등을 요구하고, 민주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 모양새지만, 실상은 패스트트랙에 관한 문구 조정과 관련이 있다.
한국당에서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과 관련해 '합의 처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합의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패스트트랙은 여야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때 강제 표결로써 입법 여부를 결정 짓는 방식이므로, 민주당에서는 '합의 처리'란 원칙에 동의하는 순간 패스트트랙이 '물거품'이 된다고 보고 있다.
선거제 개혁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 등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들을 놓고 한국당과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99% 합의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1% 때문에 안되기도 한다"며 "해석은 극과 극으로 다를 수 있는데, 어째든 3당 교섭단체가 결론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