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열린 경기필 마스터 시리즈 공연 모습 (사진=경기도 문화의전당 제공)
세계 유수의 음악가들이 인정하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가 마스터 시리즈를 선보이며 5월의 마지막날 서울의 밤하늘을 아름다운 선율로 수놓았다.
경기필은 3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과 브람스라는 두 거장의 명반을 들고 관객들을 찾았다.
이번에 펼쳐진 공연 1부에서는 베토벤의 숨겨진 걸작이라 불리는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C장조, OP.56'이 선보였다.
통상 '3중 협주곡'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베토벤의 작품 중 유일하게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 3대의 독주악기를 사용해 독특하다는 평을 받는다.
이 베토벤의 3중 협주곡은 당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같은 시기에 작곡된 '영웅 교향곡' 등 대작에 그늘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고 많은 연주자들의 연주 속에서 이 곡은 재평가 받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명망이 높은 지휘자인 마시모 자네티 경기필 예술감독은 대중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 작품을 역동적이고 세밀한 지휘로 컨트롤 했고, 이는 관객들에 깊이 있는 연주로 전해졌다.
3대의 독주악기 연주자로는 유려한 음색의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과 중후한 음악의 첼리스트 송영훈, 섬세한 터치의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함께했다.
대체적으로 잔잔하게 시작되는 도입부에서는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의 하모니가 잘 어우러지며 기품을 전했고, 변주 등을 통해 확장된 곡은 관현악을 통해 웅장함이 더해졌다.
2악장에 들어서면 서정적인 멜로디로 바이올린과 첼로가 서로 대화하듯 음색을 나눈다.특히 이를 보조하듯 등장하는 피아노의 선율과 3대의 독주 악기의 하모니는 관객을 매료시킬 만큼 매혹적이다.
절정에 다다라서도 3대의 독주 악기는 그 기품을 잃지 않고 유려한 선율을 뽐내고, 관현악 또한 웅장하면서도 중후한 연주로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하며 피날레를 장식한다.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수 분에 걸친 박수로 오케스트라에 찬사를 보냈다. 이에 3대 독주 악기 연주자는 멘델스존 피아노 트리오 1번 스케르쵸 악장을 앵콜곡으로 선보이며 화답했다.
2부에서 연주된 브람스 '교향곡 3번 F장조 OP.90'은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는 곡이다.
이 곡을 작곡할 당시 브람스는 비스바덴에서 연애를 하고, 산책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와 브람스의 감정들이 곡 안에 잘 투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선 1부가 3대 독주 악기의 중심적인 연주 무대였다고 한다면, 이번 브람스의 교향곡 3번은 경기필 관현악의 진수를 보여줬다.
1악장에서는 힘찬 화음과 함께 정열적인 멜로디가 펼쳐진다. 강렬한 음색의 화음은 휘몰아치듯 관객의 귀를 자극하며 몰입을 이끌어냈다.
이후 펼쳐지는 2악장에서는 앞선 1악장과는 상반된 잔잔한 음색이 돋보인다. 1악장이 강렬함을 통해 관객들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고 한다면, 2악장에서는 느리고 서정적인 선율로 편안함을 전달했다.
3악장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익숙한 멜로디를 접하게 된다. 브람스의 교향곡 3번이 가장 높은 대중적 인기를 끌게 된 이유다.
프랑스의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Aimez-Vous Brahms?)란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며 이 교향곡의 3악장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후 브람스의 교향곡 3번은 큰 인기를 얻게 된다.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은 한국인에게도 각종 영화와 방송 등을 통해 소개되며 잘 알려졌다. 특히 우수에 찬 선율이 특징으로 '가을에 잘 어울리는 곡'으로도 전해진다.
4악장에서는 다시 투쟁심이 느껴지는 격렬한 연주가 이어진다. 힘찬 몸부림을 이끌어 내듯 한바탕 농밀한 연주가 휘몰아치면 종국에는 희열을 느끼는 듯한 해방의 마무리가 찾아온다.
한편, 경기필은 문화예술 대중화와 저변확대를 위해 1997년 10월 창단됐다. 이후 2008년 중국, 미국 투어를 시작으로 해외무대에서도 저변을 확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2018년 9월에는 세계적 지휘자인 마시모 자네티를 음악감독 및 상임지휘자로 영입하며 급성장해 나가고 있다.
경기필은 내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이해 2년에 걸쳐 베토벤 교향곡 전곡 사이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