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침몰 현장 주변에서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김재완 기자)
헝가리 부다페스트 침몰 사고 이틀째인 31일 오후(현지 시간), 주헝가리 한국대사관 앞엔 추모의 마음을 전하는 현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헝가리 대사관 앞에선 오후 7시부터 추모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본 행사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6시부터 각기 흰색 꽃과 초를 들고 온 현지 추모객들이 눈에 띄었다.
이때부터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 추모객들은 오후 7시가 되자 얼핏 봐도 100명은 족히 넘길 정도로 붐볐다. 학생티를 채 못 벗은 10대부터 지팡이를 쥔 7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했지만, 특히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10~20대 여학생들이 많았다.
조의를 표하려 검은색 옷을 차려 입고 온 마테 에메세(17)양은 사고를 뉴스로 보면서 '충격'과 '슬픔'을 곧바로 떠올렸다고 한다.
왜 그렇게 느꼈냐는 질문에 "한국사람과 헝가리 사람은 비슷하다고 느껴왔다"며 "비슷한 역사,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생각이 닮은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느껴지지 않고 우리 일처럼 슬펐다"고 말했다.
그의 친구 키스 엘리자(16)양도 "아무 잘못 없는 사람들이 비극적인 사고를 당한 게 너무 슬퍼서 추모하고자 왔다"며 "평소 한국 음식, 노래, 옷과 같은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한국인들이) 더 가깝게 느껴져 안타깝다"고 했다.
31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침몰 현장 주변에서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김재완 기자)
두 친구는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이미 수북하게 쌓인 흰 꽃들 위에 미리 준비한 꽃을 가지런히 얹어놓고선 손을 모아 조의를 표했다.
아버지가 헝가리 현지 구조대원이라던 로레타 그로프(13)양이 이번 사고에 갖는 공감대는 남달랐다.
로레타양은 "아버지가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 중 한명"이라며 "원래도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았지만 아버지 덕분에 이번 사고가 더욱 와닿았고 슬프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건 무엇보다 슬픈 일이다. 누가 잘 못했는지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한국사람과 헝가리 사람들이 함께 나누는 게 가장 먼저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의 어머니 에스더 그로프(42)씨도 "한국과 헝가리를 거리로 보면 멀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우린 한국 사람들과 마음을 함께 모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딸의 손을 잡았다.
이날 현지인들의 추모 행진은 해가 지는 오후 8시를 넘어서도 이어졌다. 현지인들의 추모공간이 된 대사관 담벼락엔 현지인들이 전날부터 놓고 간 하얀 꽃, 편지 그리고 초들로 빼꼭하게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