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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일반

    최저임금 속도조절 가시화…근거는 있나

    박준식 신임 최임위원장 "최저임금 인상속도 빠르단 공감대 있어"
    정부 속도조절 입장 노골화…최임위 향한 정치적 압력 거세질 듯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 확실치 않아…장단점 등 더 많은 분석 필요

     

    신임 최저임금위원장이 "최근 최저임금 인상속도가 빨랐다"고 발언하면서 이른바 '속도조절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 박준식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다소 빨랐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우리 사회의 경제, 노동 시장에 (최저임금 인상이) 어떤 영향을 미쳤나 다각적 각도에서 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지만, 최저임금 인상폭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일 "내년 최저임금은 인상 수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단 보수야당뿐 아니라 정부와 여당에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9일 KBS 인터뷰에서 "무조건 (최저임금이) 급속도로 인상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도 지난달 29일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과정에 경제·고용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다음날인 30일 최임위 위촉식에도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 문제도 감안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현재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법적 기준에 없는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을 감안하라는 주장은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폭을 낮추라는 압력이나 다름없다.

    특히 이번 최임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최저임금 인상폭이 대폭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우선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추진하자 기존 공익위원이 일괄 사퇴하는 등 최임위가 한동안 내홍을 겪은 바람에 내년 최저임금 결정시한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이 때문에 노·사·공익위원이 논의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그 어느 때보다도 노사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을 통해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새로 '물갈이'된 공익위원들이 기존 공익위원에 비해 비교적 중립·보수 성향 인사들이 많이 선임됐다는 평가도 이러한 예상을 뒷받침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의 핵심 명분은 최근의 고용 위축인데, 여기에는 최저임금뿐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나 국내 제조업의 하락세, 전세계적 경기불황이 복잡하게 얽힌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럼에도 고용 위축의 주범이 최저임금 인상이고, 마치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줄이면 고용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소득주도성장의 대표정책으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부상하자 과거와 달리 경제지들이 2017년 5월부터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고 고용 문제와 연결짓는 기사를 쏟아냈다고 설명한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1년 동안 경제지가 최저임금을 언급한 기사가 4천여건에 달했다"며 "지난해 1월이면 (최저임금 인상 효과에 대한) 아무런 데이터가 없을 때인데도 한 경제지는 한 달에 560건의 기사를 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부른 저임금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같은 긍정적 효과와 고용이 감소한 부정적 효과 등을 균형 있게 보려면 실증적 근거를 토대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경대학교 경제학과 황선웅 교수는 "지금 최저임금 속도조절이 필요하냐, 아니냐의 문제는 주관적인 부분도 있어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고용이 크게 감소한 원인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따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지난해 고용감소는 인구나 경기적 요인이 굉장히 큰데, 그 효과를 제외하고 최저임금을 원인으로 발생한 고용감소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논쟁 중"이라며 "더 많은, 정확한 분석이 필요한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정치적 이유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수치를 발표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지나치게 정치적 문제로 몰고 가면 정책 혼선만 부르고,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아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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