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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조여정 "몸에 밴 예의 차리기, 정말 예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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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 조여정 "몸에 밴 예의 차리기, 정말 예의일까"

    [노컷 인터뷰] '기생충' 연교 역 조여정 ②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조여정을 만났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 기사에는 영화 '기생충'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 자료집 맨 앞장에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을 실었다. 기우(최우식 분)-기정(박소담 분) 남매가 박사장(이선균 분)네 과외 선생으로 들어가게 된 이후의 전개에 대해서는 최대한 내용을 감춰달라고 취재진에게 부탁한 것이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나서 기대치가 최고조로 높아진 상황에, 봉 감독의 당부까지 더해지면서 '기생충'은 '어벤져스: 엔드게임'만큼이나 '예상치 못한 스포일러 공격'을 주의해야 하는 영화로 여겨졌다.

    미리 밝히자면,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영화에 나오는 특정한 장면에 관한 조여정의 설명이 있기 때문이다. 핵심까진 아니지만, 영화를 아무 정보 없이 즐기고 싶은 독자는 이 기사를 나중에 읽기를 추천한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생충'의 부잣집 사모님 연교 역 조여정을 만났다. 조여정은 극중 남편 박사장 역 이선균과의 호흡부터, 가장 경험해 보고 싶은 다른 캐릭터가 누구인지,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까지 여러 이야기를 두루 들려주었다.

    일문일답 이어서.

    ▶ 영화에서 보니까 연교가 분량도 적지 않지만 캐릭터 존재감도 상당히 컸다.

    그건 모르겠는데 말은 많다. (웃음) 분량 그런 건 조금 다를 수 있는데, 연교는 아줌마니까 말이 많은 거로. (웃음)

    ▶ 전작 '방자전'이나 '후궁'은 생존을 위해서 위로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하위계급 인물의 이야기였다. 그때의 경험이 부자와 빈자를 이야기하는 이번 '기생충' 작업을 하며 도움이 됐는지 궁금하다.

    그렇게까지 거창하게는 생각 못한 것 같다. 어렵게 거창하게 '계급' 이런 것보다는, 어떤 상황이건 진짜 있는 사람 같이 하는 게 숙제였다. 연교에 몰두하다 보면 (어떤) 계급에 속해있는지는 생각을 못 하는 거다. 보기에는 부잣집이어도 다른 것을 먹으면서 살지는 않는다. 똑같이 짜파게티를 먹는다. 한우가 들긴 했지만. 남편 챙겨주고 소파에서 낮잠도 자고. 뭐 결국은 똑같다는 거다. 그게 진짜니까. 가장 진짜 같은 모습을 찾아가는 게 항상 관건이었다.

    조여정은 '기생충'에서 이선균과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사진=㈜바른손E&A 제공)

     

    ▶ 기택(송강호 분)과 그의 아내 충숙(장혜진 분)이 비교적 수평적인 관계인 반면, 박사장(이선균 분)과 연교는 위계가 확실한 게 보였다.

    이선균 오빠한테 고마운 게 그런 거다. '이 여자는 이런 여자'라고 제가 굳이 애쓰지 않아도 그렇게 되더라, 파트너를 보면. 제가 제시카(박소담 분)한테 '열고 싶습니다, 선생님!' 이러면서 울지 않나. 근데 남편 오니까 안 운 척한다. 그게 계산한 게 아니었는데도, 그냥 그 순간에 그렇게 만드는 존재인 거다. 오빠가 이미 박사장인 거다. 그럴 때 파트너한테 진짜 감사하다. 저희 둘이 어디선가 만나지 않았을까 하지만 처음이더라. (웃음)

    ▶ 두 사람의 소파 대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하찮거나 더럽다고 여겼던 사람들이나 행위를, 결정적인 순간에 욕망하는 모습을 보고 속내를 본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어쨌건, 이게 결국은 환경이 다른 두 가정, 가족들의 이야기다. (박사장네는) 예의는 충분히 있는 사람들이다. (저 장면이) 저는 이면이라고까지는 생각 못 했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걸 말하는 것뿐이다. 누구를 고의로 부끄럽게 하려고, 수치심을 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그런 이야기 정도는 하지 않나. 공중화장실에서 없는 줄 알고 어떤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런 심리는 어느 정도 있지 않나. 그런 면 중 하나라서 굉장히 현실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연교는 예의는 있지만 운전할 때는 발을 (시트에) 올리고 있는다. 사회적 관습이나 몸에 밴 예의만 차린다고 해서 이게 진정한 예의일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다. 결국은 봉 감독님이 존경스러운 부분 중 하나가 이거다.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예의, 배려. 그게 이 영화에도 들어가 있더라. 형식적인 예의를 차리는 건 과연 예의인가. 그게 아니란 건 확 느낀단 말이다, 기택이 운전하면서. 그런 화두를 던지는 게 참 좋은 것 같다.

    ▶ 가장 오랫동안 생각이 나는 장면이나 대사를 꼽는다면.

    아까도 좀 비슷한 질문을 받았는데 뭐라고 대답했는지 모르겠다. (연교가) 그냥 말이 많은 아줌마라고만 생각해서… (대사에도) 영화의 클라이맥스나 의미, 주제를 담은 게 아니어서… 어떻게 보면 그냥 떠드는 안주인이라서 그 생각을 못 해 봤다. 거꾸로 묻고 싶다. 연교 대사 어떤 게 기억에 남느냐고. 아! 그 씬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정이한테 순수하다고 하는 장면. 사실은 본인이 제일 순수한데. 그때 소담이가 약간 비릿하게 웃는다. (웃음)

    지난달 28일 열린 '기생충' 언론·배급 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조여정 (사진=이한형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 사우나실에서 기택과 이야기를 나눌 때, 기택이 연교의 손을 잡는다. 왜 그러는지 궁금했다.

    서로 어색하니까? 음… 기택은 좋은 사람이면서… 뭐랄까. 기택에겐 대단원이 남은 것이지 않나. 와이프만 (박사장네에) 들어오면 되니까. 연교에 대해서 요만큼의 미안함, 안쓰러움을 가진 게 기택이라고 본다. '이 가족 중에 사모님이 참 착해'라고 유일하게 그런 이야기하는 게 기택이다. (그런 마음을) 조금씩 담으면서도, 서로 약속을 다지는 그런 악수다. '아, 참 이 여자 짠하다. 안쓰럽다' 하는 마음? 그러면서도 '손은 씻었나?' 하지 않나. (웃음) 그 집안 사우나실이 엄청 좁지 않나. 그래서 감독님이 그런 공간으로 한 것 같다. 현장에서 너무 좁은데 키 큰 남자가 들어오니까 너무 어색하지 않나. 얼굴이 여깄으니까. 그런 게 좀 재미있는 긴장감을 주는 것 같다.

    ▶ 영화엔 나오지 않았지만 연교의 '이후 삶'에 관해 상상해 봤나.

    (배우들이) 저 혼자 남았다고 놀린다. (웃음) '연교는 재혼을 할 거야~' 이러면서. (일동 웃음) 다들 놀린다. 왜, 심플하니까? (웃음) 울타리가 필요한 여자라 금방 울타리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무 사회적인 능력이 없지 않나. 자립심이 없고 누군가기 케어를 해줘야 하는 사람이라서. 또, 자기가 (기택네 가족에게) 당했다고 믿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어쩐지 이상하더라고~' 하면서, 괜히. (웃음)

    ▶ 이 사람의 감정을 경험해 보고 싶었던 캐릭터가 있는지.

    문광(이정은 분)! (웃음) 감히 제가 꿈꿔볼 수 없는… 계속 볼 때마다 '저건 뭐지? 참 저 경지는 뭐지?' 이랬다. 나중에 봉 감독님이 써 주시면 해야지. (웃음) 문광은 의도가 없지 않나. 무섭게 나오지만, 그 여자의 심리 상태가 괴기스러운 것뿐이다.

    ▶ 그동안 출연작은 작품의 내용이나 가치와 무관하게 본인의 몸매나 노출 관련한 이슈가 더 주목받은 경향이 있다. '기생충'은 조여정이라는 배우를 다른 식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저는 항상 제 커리어가 너무 자랑스러워서 생각해 보지 못한 포인트다, 그게. 제 생각하고는 좀 다른가 보다. 그냥 모르겠다. (그런 반응은) 저를 아끼는 마음이라고 받아들인다. 여동생 아끼듯 아끼는 마음? (웃음)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기생충' 공식 기자회견에서 조여정이 웃고 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아무래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이다 보니, '기생충'은 예술영화이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있었다.

    다 같이 생각해 볼 만한, 있음 직한 이야기를 하는데 재미있다. 저희끼리도 여러 가지 얘기를 많이 했다. 저는 두 번 보니까 훨씬 더, 더 놀랍다. 생각할 포인트가 바뀌니까 되게 재밌는 것 같다. 사실 저희도 (촬영) 현장에서는 (자세한) 이야기까지 할 시간이 없었는데, 지금은 배우들도 해석을 다시 해 보는 것 같다.

    ▶ 비평적으로도 흥행적으로도 기대되는 작품에 출연했다는 게 남다른 의미일 것 같다. 봉 감독은 개봉 후에 약간의 변장을 하고 극장을 찾고 싶다고 밝혔는데, 본인도 그럴 생각이 있나.

    실감이 안 난다. 이게 어떤 손에 잡히는 무엇이 아니잖나. 실감은 잘 안 난다. 그냥, 그냥 좋다. (웃음) 좀 그런 건 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것. 그것 때문에 너무 좋다. 저는 변장 필요 없다. 원래도 변장 안 하고 다녀서. (웃음) 모자 쓰고 앉아서 보면 되지. 그 마음 다 같다, 감독님 다 이야기하신 게. 보자마자 얘기하고 싶으니까.

    ▶ 지인들은 '기생충'을 보고 뭐라고 했는지 궁금하다.

    자랑스럽다고! 더 자세한 이야기는 못 들었다. 그냥 자랑스럽다고 하더라.

    ▶ '기생충' 다음에는 어떤 작품으로 만날 수 있나.

    아직은 정한 게 없다. (드라마/영화) 가리지 않고 좋은 게 있다면 하고 싶다. 항상 제가 제일 궁금하다, 앞으로 뭘 하게 될지. <끝>

    배우 조여정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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