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국회가 블랙홀에 빨려들듯 정상화에 대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회동을 하고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선거제 개혁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과 관련해 '합의 처리한다'와 '합의 처리하도록 노력한다'는 문구를 두고 민주당과 한국당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국당에서는 '합의 처리'를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합의 처리'는 '패스트트랙 무효'와 진배 없다고 보기 때문에 수용하지 않고 있다.
좁혀지지 않는 입장에 민주당과 한국당은 3일에도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당이 정말 잘못해서, 그 잘못을 모면하기 위해 절충점을 찾고 한국당의 복귀 명분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며 "시급한 민생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협상에 유연하게 임했다는 점을 부정하지 말아달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실상 여당의 입장과 태도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며 "반드시 패스트트랙 철회만이 민생국회를 다시 여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맞섰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휴업 속 막말로 일하지 않고 시끄러운 국회좁혀지지 않는 여야의 입장으로 지난 4월 5일 이후 61일 동안 국회는 '식물' 상태다.
국회는 열리지 않고 있는데, '막말'은 무성하다. 특히 한국당은 연일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당 한선교 의원은 이날 취재를 위해 노트북을 들고 바닥에 앉은 기자들을 향해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먼, 걸레질을 해"라고 했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헝가리 유람선 사고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나라 신속대응팀을 파견하며 "중요한 건 속도"라고 말한 것에 대해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고 비판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또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낫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고, 지난 세월호 5주기를 앞둔 4월 15일에는 차명진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는 글을 올려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아울러 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3급 기밀로 분류되는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을 폭로했다가 고발조치 당하기도 했다.
◇ 고소고발 난타전에 징계요구 수두룩…정작 법안 처리는 30% 미만'식물국회', '막말국회' 등이 계속되는 국회는 정작 '입법'이라는 본연의 역할에는 소홀한 상태다.
20대 국회(2016년 5월~2019년 5월) 들어 국회에 접수된 법안은 모두 20,118건이지만 처리된 법안은 5,978건에 그친다. 법안 처리율 29.71%으로, 30%도 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표다.
법안 처리가 미흡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 심사 등 해야할 일은 하지 않고 '보이콧'과 징계요구, 고소.고발 등 정쟁을 하느라 본업이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한국당은 지금까지 모두 17차례 국회 보이콧을 했다. 20대 국회가 개원한 16년 5월 30일 이후 두 달에 한 번꼴로 국회를 파행시킨 셈이다.
민주당도 국정 파트너인 야당이 17차례나 국회를 무력화시킨 것에 대해 여당으로써 책임이 자유로울 수 없다. 국회 운영과 관련해 여당은 무한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접수된 의원 징계안도 38건이다. 이중 21건은 올해 제출됐다.
또 여야 간 고소.고발 난타전도 심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법안 처리를 몸싸움으로 저지한 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 51명을 고소.고발했고, 한국당도 폭행.감금 혐의 등으로 민주당 의원 26명을 고소.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