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8강을 향한 외나무다리에서 숙명의 한일전이 펼쳐진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5일(한국시간) 오전 0시30분 폴란드 루블린의 루블린 경기장에서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폴란드 U-20 월드컵 일본과 16강을 치른다.
한국은 포르투갈, 남아공, 아르헨티나가 속한 죽음의 F조에서 2승1패 2위로 16강으로 향했다. 일본은 B조 2위.
한일전은 의미가 남다르다. "가위 바위 보도 지면 안 된다"는 말까지 나오는 경기.
황태현(안산)은 "14세 때 교류전을 시작으로 일본과 경기는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목표에 도달하려면 꼭 이겨야 하는 팀"이라고 말했고, 이재익(강원)도 "정말 이기고 싶어 마음을 어떻게 먹어야 하나 고민"이라고 승부욕을 불태웠다.
U-20 대표팀 상대 전적에서는 28승9무6패 압도적 우위를 지키고 있다.
U-20 월드컵 맞대결은 세계청소년선수권 시절인 2003년 아랍에미리트 대회 16강 이후 처음. 당시에는 한국이 1대2로 졌다.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2016년 5월 JS컵에서는 조영욱(서울)의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거뒀다.
목표로 세운 '어게인 1983'을 위해서는 일본을 넘어야 한다. 역시 에이스 이강인(발렌시아CF)이 중심이다.
일본도 이강인 경계령을 내렸다. 스포츠호치는 "A대표팀에도 뽑혔던 10번 이강인을 중심으로 수준급 공격력을 자랑하는 팀"이라고 전했고, 일본 주장 사이토 미츠키(쇼난 벨마레)는 "기술과 파워, 스피드 등 다양한 무기를 가진 선수"라고 경계했다.
이강인과 함께 두 공격수 조영욱, 오세훈(아산)이 아르헨티나와 최종전에서 골맛을 본 것도 호재다.
반면 일본은 부상자가 생겼다. 일본은 이탈리아와 B조 최종전에서 다가와 교스케(FC도쿄), 사이토 고키(요코하마FC)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여기에 미야시로 다이세이(가와사키 프론탈레)도 컨디션 난조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일본을 꺾으면 8강에서 세네갈을 만난다. 세네갈은 2승1무 A조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 D조 3위 나이지리아를 2대1로 누르고 8강에 진출했다. 만만치 않은 상대지만, 대진운이 나쁜 편은 아니다. 4강까지도 기대되는 이유다.
◇"산책 세리머니 재현하겠다"황태현은 한일전 마지막 훈련에 앞서 "선수들이 골을 넣으면 산책 세리머니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 박지성의 한일전 세리머니였다.
2010년 5월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일전. 박지성은 전반 6분 만에 선제골을 넣은 뒤 담담한 표정으로 일본 관중들 앞을 마치 산책을 하는 듯 여유있게 달려갔다.
2017년 12월 동아시아컵에서도 염기훈(수원)이 산책 세리머니를 재현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에서도 황희찬(레드불 잘츠부르크)이 산책 세리머니로 기쁨을 표현했다.
그렇게 산책 세리머니는 한일전의 상징이 됐다.
한편 경기장을 찾을 팬들을 향한 이강인의 부탁도 있었다. 황태현은 "강인이가 나에게 부탁을 했다. 경기장에 오는 팬들이 애국가를 부를 때 크게 같이 불러주셨으면 좋겠다. 애국가를 부를 때부터 우리가 압도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