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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사기, 왜 이재용을 향할까

법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사기, 왜 이재용을 향할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없었다면…분식회계도 없어
    통합 삼성물산 TF가 주도적으로 치열한 '작전 세우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증거인멸 혐의로 삼성전자 임원들이 구속기소되기도 했지만, 관건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정점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지다.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의 회계 조작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2015년 8~11월 삼성바이오 재경팀에서 작성된 내부문건을 통해 그들(삼성)의 생각을 따라가 보았다.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이런 표현 왜 나올까?

    검찰이 쥔 중요 증거인 재경팀 내부 문건이 처음 등장하는 2015년 8월은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7월)한 직후다. 같은 해 9월 1일자로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고 이름을 삼성물산으로 바꿨다. 이때 양쪽이 가진 삼성바이오 지분이 합쳐져 50%가 넘게 되면서 통합 삼성물산은 곧바로 삼성바이오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만약 시장의 기대보다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가 현저히 낮다면 주가에 엄청난 타격이 가는 것은 물론이고 합병 정당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큰 문제였다. 앞서 제일모직은 합병 비율 산정 시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의심을 받아왔는데, 고평가의 근거로 삼성바이오의 높은 가치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당시 옛 삼성물산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에 제시된 삼성바이오의 가치는 19조3000억원에 달했다.

    그리고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8월 31일 안진회계법인은 삼성바이오의 공정가치를 6조9000억원으로 평가했다. 앞서 국민연금에 19조3000억원이라는 수치를 제공한 것도 안진회계법인인데, 몇 개월 사이 대단히 큰 폭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다만 당시 삼성바이오는 비상장회사였다. 또 미래가치 측정이 어려운 바이오 회사여서 기준이 주관적이고 변동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는 해명의 여지가 있다. 진짜 중요한 문제는, 실제 삼성바이오의 가치가 2차 보고서의 6조9000억원보다도 적었다는 점이다.

    삼성바이오 재경팀의 8월 5일자 문건에는 "자체 평가액(3조원)과 시장평가액(평균 8조원 이상)의 괴리에 따른 시장 영향(합병비율의 적정성, 주가하락 등)의 발생 예방을 위한 세부 인터뷰 진행"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는 자신의 기업가치가 3조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범행의 동기·수법·정도·기간 등이 이재용 향해

    2015.11.17 작성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 문건.

     

    11월 17일 문건에는 "통합 물산은 9월 합병 시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삼성)바이오 사업가치를 6조9000억원으로 평가하여 장부(지분 51%)에 반영"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회사의 가치를 객관적인 경영실적이나 자산현황 등에 따라 도출한 것이 아니라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맞췄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구체적인 범행 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합병이 정당했다는 근거를 만들어야 하는 동기는 이 부회장에게 있다고 본다.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합병하려면 삼성물산 가치는 저평가하고 제일모직 가치는 뻥튀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옛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 주식을 4.06% 보유해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었다. 삼성물산 주식이 한 주도 없었던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게 된 셈이다.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 외에는 당시 무리한 합병과 그 이후 회계 짜맞추기라는 과정이 설명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지난달 27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제일모직-삼성물산 적정 합병비율 재추정' 보고서를 통해 이 부회장이 당시 부당한 합병비율로 2조~3조6000억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봤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일련의 회계조작에 통합 삼성물산과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이 두루 참여한 범행의 수법 역시 이 부회장의 개입을 가리키는 증거가 되고 있다. 삼성바이오 재경팀 내부 문건에는 삼성물산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해당 이슈를 적극적으로 지휘한 정황이 나타나 있다. 삼성바이오 재경팀장이 미래전략실 바이오 담당 부장에게 관련 이슈를 정리·보고한 이메일 기록도 남아있다.

    19조3000억원이라던 삼성바이오가 6조9000억원 이라는 숫자를 받고는,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자회사이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의 회계기준을 변경한 행위가 일개 임원이나 삼성바이오 자체 결단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판단도 있다.

    삼성 측은 이러한 내부 문건의 진위는 인정하면서도 "검토하던 내용에 불과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특히 구체적인 회계 조작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과 연관 없는 일임을 강조하고 있어 향후 법정 다툼에서는 회계기준 해석 차이로 쟁점을 몰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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