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현동지역에서 발견된 839호 나무덧널무덤(사진=문화재청 제공)
경남 창원 현동 유적에서 아라가야 최대 고분군이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삼한문화재연구원이 '거제-마산3 국도' 건설 현장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현동 1329번지 일원에서 시행한 발굴조사에서 부부묘로 추정되는 거대한 나무덧널무덤(목곽묘) 2기 등 4∼6세기 아라가야 시기의 무덤 670여 기와 상형토기, 갑옷, 투구 등 유물 1만여 점이 발견됐다고 4일 밝혔다.
지난 2017년 8월부터 경남 거제시 장목면과 창원시 우산동을 잇는 국도 건설공사 구간에 있는 현동 유적에 대한 발굴조사 결과 청동기시대 수혈주거지 등 37기와 가야시기 수혈주거지 15기, 아라가야 시기 나무덧널무덤 622기, 돌덧널무덤(석곽묘) 35기, 널무덤(토광묘) 17기, 기타 유구 200여 기가 확인됐다.
아라가야 나무덧널무덤 중 나란히 배치된 839호와 840호는 출토 유물 등으로 미뤄 최고층의 부부묘로 추정된다.
현동 유적에서 출토된 토기들(사진=문화재청 제공)
840호는 길이 8.6m, 너비 4.54m, 깊이 1.24m 규모로 아라가야 지역 유적 중 최대 규모이며, 주로 무구류와 마구류 등이 나왔다. 길이 7.72m, 너비 3.96m인 839호 나무덧널무덤에서는 불꽃무늬굽다리접시 등이 출토됐다. 840호는 남편, 839호는 부인의 묘로 보인다.
조사팀은 현동 유적에서 다양하고도 엄청난 양의 유물을 수습했다.
토기로는 아라가야 계통의 통형 굽다리접시(통형고배.筒形高杯), 화염문투창고배, 짧은목항아리(단경호), 화로모양그릇받침(노형기대.爐形器臺) 등이 출토됐다.
387호 나무덧널무덤의 피장자 머리 쪽의 덩이쇠 다발 윗면에서 발견된 배모양토기는 길이 29.2㎝·높이 18.3㎝로 배면에 조밀한 톱니무늬가 새겨져 있다. 기존의 쪽배형 배모양토기와 달리 판재를 조립한 돛단배 형태의 준구조선 모양으로 국제항로를 다니던 외항선용으로 보인다.
387호 고분에서 출토된 배모양토기(사진=문화재청 제공)
335호 나무덧널무덤에서 발견된 동물모양 토기는 오리 몸체에 낙타 머리가 결합된 형태로는 처음 확인됐으며 당시 국제교류상을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현동유적에서는 또 철기 제작 도구인 모루, 쇠끌, 망치와 덩이쇠, 철찌꺼기 등과 배를 만드는 데 쓰는 유건철부(有肩鐵斧·어깨가 넓은 쇠도끼) 수십 점이 나왔다.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덩이쇠는 김해지역 출토품보다 더 가볍고 작게 제작됐다.
이와함께 미늘갑옷, 편갑, 복발형 투구, 목가리개 등 무구와 환두대도(環頭大刀·고리자루큰칼), 쇠창, 쇠화살촉 등 무기류, 유리구슬과 세환이식(細環耳飾·가는 고리귀걸이) 등 장신구도 발견됐다.
조사단은 "외항선용의 배모양토기와 철기 유물로 볼 때 창원 현동에는 아라가야의 문화상을 공유하면서 제철을 생산 기반으로 한 대외공급 역할을 맡은 해상세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5세기 무렵의 진한, 변한 지역에서는 품질이 뛰어난 철을 생산해 낙랑·중국·일본 등지로 공급했는데 현재의 마산, 김해의 항구들이 그 창구였다"면서 "이번 발굴 결과는 단편적인 기록으로 남아있는 가야사 연구에 또 하나의 실증적인 자료를 확보했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