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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팔이" "정부 왜 설치나" 헝가리 사고에도 잔인한 막말

사건/사고

    "시체팔이" "정부 왜 설치나" 헝가리 사고에도 잔인한 막말

    정부 대응 및 희생자에게까지 SNS상 맹목적인 비난
    세월호 당시 문제로 떠올랐던 '증오·혐오사회' 겹쳐져
    전문가들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조롱과 냉소로 투영"
    "논의할 문제에 대해선 이성적인 토론도 필요해"
    "국가·언론 등 공적 공간이 더욱 바람직한 방향으로 활성화돼야"

    "왜 세월호때 난리치던 무리들 잠잠한가요? 세월호 때처럼 노란 리본 달고 난리쳐야죠"

    "헝가리에 세월호 때만큼만 해달라고 조르세요. 광화문에 합동분향소 설치하라!"

    "헝가리어 X도 모르면서 왜 급파돼서 설치나?"

    "쇼통이 쇼를 하기 위해 설치는 걸로 보인다. 이런 자들이 탈북자 인권보호는 뒷전"

    "시체팔이네요~ 다이빙벨은 왜 안보낼까? 바다도 아니고 강인데"

    (사진=김광일 기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한국인 관광객 수십명이 탄 유람선이 침몰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세월호 사건에서도 문제가 됐던 '증오사회'의 일면이 SNS를 통해 또다시 드러나는 모습이다.

    앞서 헝가리에서 한국인 33명을 포함한 35명이 탄 유람선이 침몰해 현재까지 12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실종상태다. 정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긴급대응팀을 구성해 현지로 급파했다. 헝가리 정부와 협의해 실종자 수색과 선체 인양 등 추가적인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같은 정부의 대응과, 더 나아가 헝가리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에게까지 맹목적인 비난을 퍼붓는 모습이다.

    '시체팔이', '산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며 희생자에 대한 직접적인 비하와 욕설을 서슴지 않는 것은 물론, '왜 국가가 나서야 하느냐' '정부가 쇼를 한다'는 식의 정치적 비난까지 주로 SNS를 통해 난무한다.

    이러한 몇몇 비난글들 위로, 희생자들을 '어묵'에 비유하며 조롱했던 세월호 사건 당시의 잔인한 일면이 겹쳐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 남아 있는 적대감과 증오감이 이같은 비난에 묻어나는 것이라고 봤다.

    (사진=연합뉴스)

     

    사회통합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보니 결국 냉소와 비난의 형태로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 터져나온다는 것이다. 공감이나 공동체 의식은 점점 오염되는 모습이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예전에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 질서에 대한 불만족이 폭력이나 정치적인 목소리로 나왔다면 최근에는 인터넷 등을 통한 조롱과 냉소로 바뀐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3분 골든타임' 발언으로 희생자 가족에게 상처를 줬던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의 실언에 대해서도 "민 대변인의 말이 일종의 방아쇠가 돼 더 큰 갈등을 촉발했다"면서 "사회통합 기제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으니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악순환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피해자에 대한 비난과 관련해 "말 그대로 '혐오'의 일면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범죄 행위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빌어 막말을 하는 것인데 찾아서 처벌할 수 있도록 혐오방지법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다만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이성적인 태도로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SNS를 통해 잠수부들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의견을 희생자들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글들이 있는데, 과도한 도덕주의로 억누르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공적인 영역에서 제대로 토론해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모습은 헝가리 현지의 추모 물결과 함께 비춰지며 더욱 극명하게 대비된다. 사고현장인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에는 많은 헝가리인들이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실종자들의 구조를 기원하는 모습이 전해지고 있다.

    한국인 희생자 추모를 위해 다리 위에 모여 영어로 발음을 표기한 아리랑 악보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임운택 교수는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일단 국가나 언론 등 공적 공간이 더욱 바람직한 방향으로 활성화돼야 한다. 공적 권위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지는 현상을 막아야만 이같은 사회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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