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배당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투자, 고용 등 다른 경제 지표들까지 안좋은 상황에서 수출 급감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는 외국인 투자자 등 국제 금융시장에서 보기에 부정적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경상수지, EU수출 급감한 2012년 이후 처음…원인은 수출 감소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9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6억 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유럽연합(EU)으로 수출이 급감했던 2012년 4월 1억 4000만달러 적자 이후 84개월만이다.
경상수지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고 산 결과를 종합한 것을 말한다. 결국 경상수지 적자라는 말은 우리나라가 다른나라와 거래해 벌어들인 돈 보다 나간 돈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경상수지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수출 감소로 분석된다. 4월 수출은 483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2% 감소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과 세계 경기 악화로 인한 교역량 부진으로 인해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으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4월 수입은 426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8% 증가하며 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정부가 경상수지 적자 원인으로 지목했던 배당소득수지는 오히려 작년보다 적자폭이 개선됐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4월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지만 매년 4월 연말결산법인 배당이 이뤄지는 계절적 요인에 주로 기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말 결산 법인의 배당은 매년 4월에 집중돼 왔다. 그래도 지난 6년간 경상수지는 소폭이나마 흑자를 냈다. 4월 배당소득수지는 49억 9000만달러 적자로 전년 동기 63억 6000만달러 적자에서 22% 줄었다. 적자가 줄어든 것은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이익이 나빠지면서 배당금 지급 규모가 줄어서다.
◇ 최근 추세 감안하면 경상수지 흑자 전환하더라도 폭 크지 않을 전망최근 추세를 감안한다면 경상수지가 흑자로 다시 돌아서더라도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이 지난 4월 발표한 경제전망을 보면 올해 경상수지는 665억달러, 내년에는 650억달러로 줄어든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은 올해 582억달러, 내년 559억달러로 한은보다 부정적으로 봤다.
올해부턴 상품수지 흑자 폭이 줄어드는 게 주요 원인이라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KDI는 "경상수지는 수출 증가세 둔화와 교역 조건 악화로 흑자 폭이 점차 축소될 것"이라고 했다. 수출이 GDP의 44%(지난해 기준)를 차지하는 우리나라로선 치명적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계절적 요인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수출 둔화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을 보면 3월, 4월보다 더 좋지 않다. 이를 감안했을 때 잘 하면 흑자로 반전할 수 있지만 잘못하면 다음달까지도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상수지 악화는 상품수지 악화에서 왔고, 이 상품수지 악화는 ①우리 주력이었던 반도체 부진이 제일 크고 ②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통상 환경이 악화된데다 ③우리 기업들의 국가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면서 “이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수출 지표를 끌어내리며 경상수지 적자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성 교수는 "투자나 소비가 활발한데 경상수지가 마이너스면 그렇게까지 걱정할 일은 아닌데, 현재 투자는 급락하고 소비는 부진한 상황이 겹쳤는데 수출까지 안좋아진 것이기 때문에 우려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경상수지 자체 과도한 의미 부여할 필요는 없어…수출 감소는 신경써야"
다만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됐다고 해서 "최후의 보루가 무너졌다"거나 "당장 한국경제 위기의 전조"라고 해석하는 것은 다소 과도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적자가 됐다고 해서 최후의 보루가 무너졌다는 것은 과장이고 그렇다고 한국은행의 얘기처럼 곧 반등할 거라고 보는 것도 낙관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정도 적자라고 해서 당장 걱정할 상황은 아니지만, IMF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이후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외국 투자자들이 우리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게 되는 근거가 됐었다"며 "그런데 이러한 부정적 지표들이 계속해서 나오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보기에도 예전같지 않은 게 아니냐, 반도체 등 몇 가지에만 의존한 문제이지 않냐고 의심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동안 적자를 보지 못했던 상태에서 적자가 나타났기 때문에 충격이 있겠지만 계절적 요인이 훨씬 크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다음 달에 흑자 가능성이 높다"면서 "경상수지 적자 자체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 연구위원은 "수출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우려스럽다"면서 "경상수지 적자 전환 의미보다는 우리 무역수지 흑자 폭이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부분이 더 걱정인데 이 부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