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윤지오 '13번째 증언' 북 콘서트에서 윤지오씨가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고(故) 장자연 사건'의 증인 윤지오씨에게 후원한 500여명이 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낸다. 그러나 정식 영수증조차 발부된 적 없는 천원·만원 단위 소액 증여가 대부분인데다, 윤씨의 '사기행위'를 입증해야 해 후원금 반환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10일 법률사무소 로앤어스는 윤씨에게 후원금을 반환하라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낼 예정이다. 전날까지 소송에 참여의사를 밝힌 인원만 500명에 달한다.
소송인단을 대리하는 로앤어스의 최나리 변호사는 "기존에도 서울동부지법에서 소송구조 활동을 하는 등 공익 소송을 진행하던 차에 윤씨 후원자 몇 분의 요청을 받았다"며 "워낙 소액이어서 변호인을 따로 구하기 어려운 사정 등을 고려해 무료로 사건을 진행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소송에 참여한 후원자 중 대부분이 1000원~1만원 단위 소액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돈을 돌려받는 것 자체보다는 윤씨의 후원금 모집 목적이 불순했고 사용 내역도 공개하고 있지 않고 있어 의심스럽다는 것이 소 제기의 동기라는 설명이다.
로앤어스 측도 '증여의 의사표시가 상대방의 불법행위(기망)에 의해 이뤄진 점'을 이번 소송의 주 청구원인으로 잡았다. 최 변호사는 "민사소송에서 윤씨의 기망을 밝혀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박훈 변호사가 윤씨에 대해 제기한 사기죄 고발 사건 추이를 지켜보며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500여명이 실제로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윤씨가 기부금품법에 따라 모금 목적과 목표액, 모집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한 상태에서 후원을 받은 것이 아니어서 '후원 목적에 어긋났다'는 취지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윤씨의 개인 계좌로 후원금을 보냈기 때문에 기부금 영수증도 따로 발급되지 않았다. 이에 이번 소송 참여도 후원자들이 윤씨에게 송금했다는 인터넷·모바일 뱅킹 내역을 캡처해 증명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기존 판례에서 증여계약은 다른 계약과 달리 계약 취소가 매우 어렵다. 지난해 9월 수원지법은 좋아하는 가수에게 2억원 가량을 준 팬이 돈을 돌려달라고 낸 소송에서 '대가 없이 준 돈'이라고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하기도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후원은 말 그대로 후원"이라며 "후원자들과 윤씨는 채권-채무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윤씨가 애초 후원자의 의도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도로 토해내라고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후원자들이 윤씨의 후원금 모집 목적이나 구체적 사용 방식 등에 대해 잘 알아보지 않고 송금한 부분에 대해 법원이 '과실이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
해당 변호사는 "과거사위원회에서도 윤씨의 진술 신빙성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면서 현재로선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는 정도로 정리했다"며 "이를 뒤집을 만한 증거가 법원에 제출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