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한준희(축구해설위원)
중간에 TV를 끈 분들이 그렇게 많았대요. 새벽에 열린 경기였는데 '졌구나' 하고 중간에 끄고 주무신 분들이 그렇게 많았답니다. 그 정도로 다 진 줄 알았던 경기를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결국 이겼습니다.
폴란드에서 치러지고 있는 20세 이하 월드컵 8강전 얘기입니다. 정말 한 편의 드라마였는데요. 전후반을 무승부로 끝내고 연장전 갔는데 거기도 무승부. 결국 승부차기 갔는데 거기서도 첫 번째, 두 번째 선수가 연달아 실축을 했습니다. 보통 승부차기 다섯 번 차는데 첫 번째, 두 번째를 실축하면 지죠. 그런데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면서 36년 만에 4강에 진출한 겁니다. 와, 대단했어요.
이 세네갈과의 8강전을 다시 짚어보고 돌아오는 4강전 수요일입니다. 이것도 한번 예측해 보죠. 한준희 해설위원 연결이 돼 있습니다. 한준희 해설위원님, 안녕하세요?
◆ 한준희>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원래 스포츠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는 합니다만 저는 이런 경기는 보다 보다 처음 봤어요.
◆ 한준희> 그전에 워낙에 설명을 잘해 주셔서 제가 할 이야기가 별로 없는데요. (웃음) 그러니까 아마 보시는 시청자 분들이 대부분 그러셨을 거 같아요. 에이, 졌네, 에이 그러다가 와, 우리가 이겼다. 그러다가 다시 에이. 그러다가 와! 그러니까 '에이'와 '와'를 굉장히 여러 번 반복하셨을 거 같고. 제 경험에 비추어봐서도 이 경기는 그야말로 역대 레벨의 아주 명승부 중의 명승부이고 반전에 반전의 경기였다는 생각입니다.
연합뉴스
◇ 김현정> 아니, 한준희 해설위원 해설하셨잖아요?
◆ 한준희> 네.
◇ 김현정> 거의 시청자 모드로 해설하시던데요, 한 위원도 그날은?
◆ 한준희> 시청자 모드가 될 수밖에는 없는데요. 그러면서도 워낙에 이번에 또 새로이 바뀐 혹은 또 새로이 더 세밀화된 축구 룰들이 많이 나왔잖아요. 그래서 흥분하는 와중에서도 그런 룰에 대한 설명들은 또 자세하게 해 드려야 되는 그런 경기 내용이었습니다.
◇ 김현정>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뭐 여러 개였습니다마는 그래도 하나 꼽으라면?
◆ 한준희>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저는 연장 들어가기 전에 우리가 막판에 터뜨렸던 그 동점골 장면. 이강인 선수의 코너킥을 이지솔 선수가 연결시켰는데 그때 이제 추가 시간이 한 9분 정도 주어졌습니다만 이미 8분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 아니었습니까. 거의 이번 코너킥이 실패하면 우리는 지겠구나라고 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이강인 선수와 이지솔 선수 간에 호흡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면서 드라마틱한 골이 터졌단 말이죠. 저는 사실은 그 장면을 가장 이날 경기의 한 장면만 꼽아라 하면 사실 한 장면만 꼽기가 어렵습니다마는 그 장면을 꼽고 싶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MVP도 한 명 꼽기 참 어려운데 그래도 한 명 꼽으라면? 제일 잘 뛴 선수.
◆ 한준희> 저는 이 경기는 그래도 이강인 선수 쪽으로 가야 되지 않나.
◇ 김현정> 아니, 골키퍼도 잘하고 다 잘했는데 왜 이강인 선수예요?
◆ 한준희> 이강인 선수가 일단 가시적인 공격 포인트 자체가 굉장히 많죠.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켰을 뿐만 아니라 코너킥 어시스트, 스루패스 어시스트를 통해서 우리가 넣을 수 있는 골에 모두 직간접으로 관여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강인 선수를 꼽는데.
그런데 저는 여기서 손흥민 선수가 최근에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마는 이 대표팀이 이강인 한 명의 팀이 결코 아니다. 그 말에 저는 적극적으로 동의를 하고 좀 전에 또 진행자님께서도 말씀을 해 주셨다시피 이렇게 명승부를 만들어낸 것에는 감독, 코치진부터 정말 모두가 다 잘했기 때문에 이런 정도의 승부가 가능해지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굳이 꼽으라고 하시니까 이강인이지 사실 이 경기는 우리 모두가 잘했습니다.
◇ 김현정> 저는 VAR, 비디오 판독기. 그것도 숨은 공신 아닌가 싶던데요.
◆ 한준희> VAR은 정말 저는 요즘 해설할 때마다 그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마는 시간이 지연되는 것보다는 정의가 실현되는 게 월등히, 월등히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서 VAR은 세계 축구계의 역사를 바꾸고 있고 아주 잘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데 이 경기야말로 이른바 비디오 어시스턴트 레프리. VAR이 왜 필요하고 VAR이 어떠한 기능을 할 수 있는지 교과서적으로 아주 교본적으로 보여준 경기라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사실 저는 중계하면서도 VAR을 전부 몇 번 활용했는지 저는 저도 기억이 안 나거든요. 그런데 기사 나오는 것 보면 7번이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뭐 그 이상도 될 수 있습니다만 어찌됐건 이 경기는 VAR이 이렇게 긍정적으로 정의를 실현하면서 개입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아주 좋은 경기였다는 생각입니다.
◇ 김현정> 그 말 참 명언이네요. 사실은 VAR을 돌리느라고 자꾸 경기 흐름이 끊겨요. 그래서 어떤 분들은 '저것 좀 그만 돌렸으면 좋겠다, 축구 재미가 떨어진다' 이런 얘기도 하시는데 정의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VAR 이거 할 만하다, 이거 도입한 거 잘했다. 이런 쪽이시군요.
◆ 한준희> 그렇습니다. 우리가 VAR을 굉장히 많이 이제 돌렸던 경기인데 제 생각에는 만약에 이렇게 VAR을 세밀하게 안 했으면요. 우리가 연장 안 가고 졌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상대 이제 세네갈이 핸드볼로 밀어넣었던 장면도 VAR로 인해서 결국은 골이 안 된 것도 있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거 손 댄 거요, VAR 안 돌렸으면 모르죠. 심판도 모르고 한 위원도 잘 모르시죠?
◆ 한준희> 골이 됐을 수가 있죠. 그리고 역으로 우리가 또 이제 페널티킥은 하나씩 주고 받기는 했습니다마는 어쨌든 우리가 또 먼저 넣었던 페널티킥도 그런 게 또 상황이 빚어지지 않았을 수가 있어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VAR을 이렇게 자주 하지 않았으면 아마 경기가 우리에게 불리하게 귀결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 김현정> 그래서 중간에 한 위원께서 VAR 만세 그러시던데요? (웃음)
◆ 한준희> (웃음) 네. 잘하는, 정의 구현하는 곳에는 칭찬을 해 줘야죠.
◇ 김현정> 재미있습니다. 한준희 해설위원 여러분 지금 만나고 계십니다. 선수들이 정정용 감독을 감독님이 아니라 선생님. 이렇게 부른다면서요?
정정용 감독
◆ 한준희> 네, 정정용 감독은 선생님이라 불릴 자격이 충분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보통 유명한 슈퍼스타 출신은 감독을 좀 쉽게 하는 반면에 사실 정정용 감독은 선수 경력은 어떻게 보면 전혀 화려하지 않고 우리가 쉽게 알기가 어려웠던 미미한 선수 경력의 소유자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8년부터 대한축구협회에서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는 전임 지도자 역할을 해 왔으니까 거의 뭐 10년 이상 지금 어린 선수들을 쭉 데리고 올라오면서 지도를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정말 어린 선수들에게는 예전부터 신망이 깊었던 감독이고. 그리고 또 요즘 유소년 축구를 잘 지도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공부를 게을리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론적인 연구나 공부도 상당히 많이 되어 있는 감독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제가 예전에도 축구 지도자의 어떤 유리 천장을 없애야 한다. 그러니까 사실 미미한 선수 경력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공부를 열심히 했던 지도자들이 위로 올라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된다는 얘기를 뉴스쇼에서 제가 해 드렸던 바가 있었는데 이 정정용 감독이야말로 유리 천장을 파괴한 아주 좋은 모범적인 교본의 사례로서 우리가 의미있게 지켜봐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 김현정> 정말 선생님 맞네요. 정정용 선생님과 선수들이 만들어낸 정말 환상적인 드라마. 그런데 문제는 너무 환상적인 드라마를 쓰다 보니까 기진맥진했을 거 같아요. 그냥 제 생각에는 이게 진이 좀 빠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모레면 에콰도르하고 4강전 펼쳐야 하는데 체력이 너무 소진되지 않았을까. 어떤가요?
◆ 한준희> 일단 여기까지 우리가 왔기 때문에 이제부터의 승부는 정말 즐기면서 보너스처럼 선수들이 부담 없이 제 실력을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마는 지금 진행자님 말씀대로 우리 선수들은 많이 지쳤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저는 에콰도르도 이번 대회에서 계속 주목을 해 왔던 팀이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에콰도르도 그 조별 리그를 굉장히 여유 없게 치렀었고 이후에도 계속 주전급 위주로 선수 출전을 시켰기 때문에 우리와 비슷하게 에콰도르도 지금 소모는 상당히 저는 많이 되어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지금 이제 올라온 8강, 4강 이런 구도를 보면 여기서는 특별히 누가 더 강하고 누가 더 약하고 한 것을 찾기가 좀 여러운 구도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부담 없이 즐겁게 또 에콰도르와도 경기를 하다 보면 정말 망외의 축구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는 소득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지금 그 부분이요, 지금 말씀하신. 지금 여러분, 에콰도르하고 우리나라가 한번 붙고요. 우크라이나하고 이탈리아가 붙습니다. 지금 네 나라가 그렇게 네 나라예요. 아주 강력한 우승팀들이 상당히 떨어져나간 상황이라 이거 즐기고 이렇게 하다 보면 여차여차해서 우승까지도 될 수 있는 건 아닌가. 너무 김칫국 마시는 거예요?
◆ 한준희> 물론 김칫국 내지는 설레발이라는 전문 용어로써 이런 것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있기는 합니다마는 지금 이 네 나라 중에서는 그래도 축구계에서는 이탈리아가 제일 유명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탈리아도 20세 이하 월드컵 대회에서만큼은 아직 우승을 한 번도 못 해 봤던 나라입니다. 그래서 나머지 세 나라와 그렇게 성적면에서 이탈리아가 그렇게 별 차이가 없어요. 그래서 지금 남아 있는 네 나라들은 지금 말씀해 주신 대로 정말 이제 최초의 우승을 노리는 모두가 도전자들입니다.
◇ 김현정> 모두 가능성이 있는.
◆ 한준희> 그래서 비슷한 입장이기 때문에 우리와 에콰도르 경기도 역시 선수들도 즐겁게, 피곤하겠지만.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들도 즐겁게 시청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제가 지난번에 황금종려상 앞두고 발표 앞두고 현지에 계신 분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김칫국 같지만 상을 탔으면 좋겠다. 이 얘기를 했는데 탔잖아요. 지금도 김칫국이기는 하지만 즐기면서 하다 보면서 안 될 일도 없다. 이렇게 좀 마무리짓고 싶네요, 긍정적으로. (웃음)
◆ 한준희> (웃음) 예, 그렇습니다.
◇ 김현정> 한 위원님 고맙습니다.
◆ 한준희>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한준희 해설위원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