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황교안號 흔드는 ‘홍문종 탈당설’, 미풍일까 태풍일까

국회/정당

    황교안號 흔드는 ‘홍문종 탈당설’, 미풍일까 태풍일까

    친박 핵심 홍문종, 탈당 가능성 시사…친박신당 창당설도
    ‘홍문종’ 딜레마, 내치면 ‘당내 분열’ 포용하면 ‘친박당’ 굴레
    공천탈락 현역들 친박신당 합류 가능성…‘현역 물갈이’ 암초
    신당 파급력‧현역물갈이 규모 등 관건될 듯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본격 중도층 확장 행보에 나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친박(친박근혜) 핵심 홍문종 의원의 탈당설로 인해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이른바 진박(眞朴‧진짜 친박근혜)으로 불리는 홍 의원을 내치면 당내 분열이 우려되고, 포용할 경우 ‘친박당’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라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홍 의원이 탈당 후 친박신당을 창당할 경우, 향후 공천에서 탈락한 한국당 소속 현역 의원들의 신당 합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당의 ‘현역 물갈이’ 작업에도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탈당' 시사한 친박 핵심 홍문종…중도 확장 나선 황교안 '곤혹'

    발단은 지난 8일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홍 의원의 발언이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부당하다고 줄곧 주장해온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저보고 대한애국당에 입당하라는 분들이 많다”며 “조금 있으면 한국당의 기천명 평당원이 여러분들(애국당원)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기 위해 탈당 선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이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인 올해 초 2016년 총선 공천 파동 등을 이유로 지역구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한 후 탈당설이 돌긴 했지만, 공개석상에 ‘탈당’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홍 의원은 10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탈당 확정이란 게 아니라 탈당할 생각도 있다는 의미”라며 “나를 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그런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한국당 공천 과정에선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태극기 세력 등 극우 지지층 세(勢) 결집을 과시하며 당 지도부에 경고성 메시지를 날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탈당 후 애국당 입당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긴 했지만, 일각에선 홍 의원 주도 하에 새로운 친박 신당이 창당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정희‧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가치를 이어받아 TK(대구‧경북)를 중심으로 구심점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홍 의원의 이같은 돌출 발언으로 인해 청년‧여성 친화정당을 전면에 내걸고 중도 확장 행보를 시작한 황 대표는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당 대표 취임 후 100일 간 영남권‧보수층을 중심 ‘집토끼’ 단속에 성공했다고 판단, 외연 확장에 막 나서는 찰나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태극기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홍 의원을 내칠 경우엔 ‘당내 분열’ 조짐이 발생할 수 있고, 그렇다고 해서 친박 핵심으로 꼽히는 홍 의원을 마냥 안고 가기엔 ‘친박당’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홍 의원 관련 탈당설에 대해 “당내 분열은 없다”면서도 “(홍 의원의 말을) 직접 듣진 못했는데 진위를 알아보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홍문종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보수진영 최대 변수로 떠오른 ‘친박 신당’…‘현역 물갈이’ 영향

    당내에선 홍 의원이 애국당 입당을 감행하더라도 이에 동조할 의원들은 거의 없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친박신당이 창당될 경우, 향후 보수진영 정계개편 움직임에 따라 신당의 성공 여부는 쉽사리 예단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가 탄핵 책임론과 관련된 ‘현역의원 물갈이’ 논의를 시작했지만, 홍문종발(發) 탈당설이 터지면서 물갈이 작업이 시작하기도 전에 암초를 만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탄핵 책임론에 관련된 당내 현역 의원들이 공천에서 탈락할 경우, 신당에 합류해 총선에 재차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 지도부 입장에선 쉽사리 칼을 대기 힘들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당내 한 친박계 중진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홍 의원이 탈당한다고 했지만 아직 친박 의원들 사이에서 큰 동요는 없다”면서도 “친박신당이 만들어 질 경우 그 신당의 파급력과 공천 앞두고 현역들의 탈락 비율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탈락한 현역들이 신당에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면, 황 대표도 섣불리 물갈이를 하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홍 의원의 탈당 및 신당 창당이 현실화 될 경우 한국당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다만, 보수 신당과 함께 총선을 치르는 상황을 대비한 방법론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당내 친박계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총선을 앞두고 급조한 당은 몰라도, 미리 당을 만들어 놓으면 분위기에 따라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며 “그럴 경우엔 민주당과 정의당 등 진보진영이 서로 연대하며 영역을 넓혀가듯이 보수진영도 전체 규모를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박계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친박 자체가 국민들에게 ‘과거’라는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로 갈 필요가 있다”며 “빨리 당이 개혁의 흐름을 만들어서 친박 신당 같은 움직임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도록 하는 게 최선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진보진영의 선거 전략을 차용해 연합공천 등을 통해 선거 국면에서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당 지도부가 개혁에 박차를 가해 신당의 확장세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는 등 계파별 다른 셈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